‘탑동의 惡夢’을 되풀이할 건가 <2>
道 추진 제주신항 개발계획
“神의 한 수 아니라 惡手”
크루즈관광 ‘낙수효과’ 그칠 것
탑동 공유수면 매립 규모
종합경기장의 10倍 육박
‘과거 잘못’되풀이 말아야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원희룡 도정의 ‘제주신항 개발계획’과 관련 “신(神)의 한 수가 아닌, 신의 악수(惡手)”라고 평가했다. 원 지사가 회의를 주재하며 신항 개발을 ‘신의 한 수’라고 자평한데 대한 정면 반박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해 12월 제주도가 당초 발표한 변경안을 보면 최근의 신항계획 평면도와는 대조적으로 탑동 앞 대규모 매립계획이 없었다”며 “난데없이 대규모 매립을 전제로 한 크루즈항만 계획으로 바꿔치기 하면서 매립을 하지 않는 대안을 말해달라고 운운하는 건 도둑놈 심보”라고 거칠게 비판했다.
제주참여환경연대도 15일 성명을 통해 “원희룡 도정(道政)의 탑동 신항만 구상은 반쪽짜리”라며 “시민적 요구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탑동 신항이 제주지역 전반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없는데다 도민들의 폭넓은 공감대 형성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참여환경연대는 “제주항의 현대화와 재배치를 통해 원도심을 활성화하고 물류 문제를 해소하려는 구상에 대해 총론(總論)적으론 동의한다”면서도 “최근 공청회 등에서 드러난 행태는 과거 도정이 걸어온 전철을 반복하고 있는 듯 하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결국 제주도정이 강조하는 것은 크루즈 입항에 따른 주변 ‘낙수효과’로 귀결(歸結)된다는 게 참여환경연대의 입장이다. 하지만 제주도민들은 더 이상 환상과 같은 낙수(落水)효과에 매료되지 않는 만큼, 원도심 활성화를 이야기하려면 더욱 구체적인 경로를 얘기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제주자치도가 추진하는 ‘탑동신항 개발계획’의 문제점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엄청난 공유수면(公有水面) 매립규모다. 현재 도의 개발안을 보면 항만과 배후부지를 포함 모두 211만3000㎡(약 64만여평)를 매립키로 계획되어 있다.
이 같은 면적이 얼마나 넓은 것인지는 일반인에게 선뜻 다가오지 않는다. 그러나 축구장과 야구장, 실내수영장 과 한라체육관 등 전반적인 체육시설이 망라된 제주시 종합경기장이 22만4000㎡의 부지 위에 조성됐음을 감안하면 그 규모가 쉽게 다가올 것이다. 즉 종합경기장의 10배(倍)에 가까운 바다를 매립해 신항을 개발하겠다는 것이 이번 계획의 요체(要諦)다.
이게 현실화된다면 제주 해상관문의 지도(地圖)가 송두리째 바뀐다. 바다 생태계 파괴나 어족자원의 고갈 및 멸실 등도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데도 이에 대한 깊은 성찰이나 진지한 고민은 찾아볼 수가 없다.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볶아먹는 식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묘사되는 크루즈 관광도 그 이면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주도는 지난달 신항(新港) 개발계획을 발표하며 유난히 크루즈관광 활성화를 내세웠다. 특히 제주외항은 항내수역 협소로 15만톤 이상 초대형 크루즈선이 이용을 못하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며 신항 개발구상의 배경(背景)에 크루즈 관광이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를 접한 도민들은 크루즈선 하면 대부분 15만톤 이상이라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전 세계 크루즈선 가운데 15만톤 이상은 고작 6개에 불과하다.
그간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기존의 시설을 잘 활용하고 서귀포시 민군복합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에 15만톤급 크루즈선이 정박할 수 있는 전용부두 건설이 완료되면 크루즈 관광수요는 충분히 수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 바 있다. 따라서 국제·연안 크루즈선 입항시 제주항과 민군복합관광미항 간 제대로운 역할 분담이 그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제주의 경우 크루즈 모항(母港)이나 거점항(據點港)이 아닌, 기항지(寄港地)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기항항은 말 그대로 크루즈 선박이 여정 중 잠시 정박하는 항을 말한다.
크루즈 관광의 경제적 효과 또한 철저하게 따져봐야 한다. 크루즈 관광은 쇼핑 위주의 기항지 관광으로 면세점이나 쇼핑센터 등 특정 부문으로만 수혜가 편중되는 단점이 있다. 신항 개발사업이 크루즈 관광을 최대의 목적이나 타깃으로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이런 제반 문제점을 감안하지 않는 섣부른 신항 개발은 ‘제2 탑동의 악몽(惡夢)’을 되풀이할 뿐이다.
과거의 잘못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것 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원희룡 제주도정이 제발 역사(歷史)에 죄를 짓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