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 폭발’로 만들어진 전형적 화산지형
강순석 박사의 제주 지질 이야기
⑬‘섬 속의 섬’ 우도
■8만6000년전 만들어진 단성 화산체
‘섬 속의 섬’으로 불리는 우도는 수성화산이 만들어 놓은 화산활동의 결과물이다. 우도는 후기 플라이스토세인 8만6000년 전에 폭발, 한 순간에 만들어진 단성화산체다.
수성화산 중에서 응회구(tuff cone)로 분류되는 쇠머리오름은 소의 머리 부분에 해당된다. 우도 사람들은 섬의 머리 부분으로 간주하여 ‘섬머리’라고 부른다. 섬의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 쇠머리오름 응회구와 분화구의 외륜을 무너뜨리며 흘러나간 용암류의 길목인 분화구 북쪽의 터진 부분, 그리고 북쪽으로 넓게 흐르며 우도의 용암대지를 만든 빌레 용암류의 넓게 펼쳐진 평탄면이 전체적인 우도의 화산지형이다.
우도 쇠머리오름 응회구의 분화구 중앙부에는 화구구(火口丘)인 망동산이 자리잡고 있다. 제주에서는 화구구를 ‘알오름’이라고 부른다. 수성화산에서 흔히 관찰되는 화구구를 갖는 화산을 이중화산(二重火山)이라고 하며 여러곳에서 관찰된다.
이는 실제로는 제주의 수성화산에서 매우 중요한 점이다. 쇠머리오름의 경우, 화산활동은 처음에는 물이 풍부한 환경에서 강력한 에너지를 갖는 수성화산 분출이 발생하여 화산재층을 위주로 하는 쇠머리오름의 응회구가 만들어진다. 당시 분화구는 큰 규모로 형성됐다.
화산활동의 후기로 가면서 물이 양이 감소하면서 폭발력이 줄어들어 분석과 용암을 분출하는 스트롬볼리(stromboli)형 분출로 바뀌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응회구의 분화구 내에는 화구구(망동산)가 만들어진다. 화구구의 구성물질은 붉은색의 분석(scoria, 송이)이다.
또한 분화구 내부에는 용암이 호수를 이루며 고여 있게 된다. ‘톨카니’라고 부르는 해안 단애에서는 용암이 켜켜이 누적돼 있는 용암 호수의 단면을 관찰할 수 있다. 점차 많은 양의 용암을 쏟아내면서 용암류는 분화구의 외륜을 뚫고 북쪽으로 흘러가게 된다. 이 용암류의 평지가 현재 우도사람들이 사는 마을이다.
■화산 후기 스트롬볼리 분출로 ‘알오름’ 형성
우도에서는 갈대화석을 비롯, 해안가에서 살았던 생물흔적화석이 발견됐다. 우도가 수성화산으로 분화활동을 전개한 시기는 마지막 빙하가 발달하고 있던 후기 플라이스토세이며, 고고학적 편년으로는 중기 구석기에 해당하는 시기다. 빙하의 소장(消長)은 해수면 변동을 일으켜 바다의 해수면 자체가 하강하여 섬들은 육지와 연결되게 된다. 어쩌면 우도의 갈대화석은 당시 우도의 생성시기에 제주도 본토와 연결돼 있었다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도에서는 여러 종류의 해빈퇴적물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우도 서해안에서 관찰되는 서빈백사(西濱白沙)의 퇴적물은 매우 아름다운 백사장을 만들고 있다. 과거 산호모래로도 알려진 이 퇴적물은 실은 홍조단괴이다. 홍조단괴는 바닷속에서 해양성 조류(藻類)중의 하나인 홍조류가 죽어서 석회화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성산포와 우도 사이의 해협에는 매우 빠른 해류가 통과하는 평균 수심 15m의 좁은 수로로서 다양한 조류들이 성장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현재 이곳의 해저에는 살아있는 홍조단괴가 분포돼 있다. 살아있는 홍조단괴는 크기가 주먹 만큼 한 것들이 대부분이며 단괴의 표면은 살아있는 홍조류 때문에 붉은색을 띠고 있다. 당초 홍조류는 이곳 바닷속에서 조개껍데기의 파편이나 1-2㎝ 크기의 잔자갈을 몸체로 빌려서 그 표면에 붙어서 살아간다.
강한 바람이 일으키는 파도에 의해서 단괴 덩어리가 엎어지면 바닥부분에 붙어있던 홍조류는 죽어서 하얗게 석회화된다. 이런 과정을 계속하여 반복하면 단괴는 점차 커져서 주먹크기로 성장하게 된다. 이런 단괴들이 폭풍 시에 해안으로 쳐올려져서 쌓여있는 곳이 서빈백사 해빈이다.
‘서빈백사(西濱白沙)’ 산호 아니라 홍조단괴
최근까지 ‘산호사 해빈’으로 알려진 해빈 퇴적물은 지금까지 알려진 바와 같은 산호가 아니라 실제로는 홍조단괴로 이루어져 있다. 산호는 ‘해양동물’에 속하고 홍조류는 ‘해양식물’에 속하므로 산호와 홍조류는 근본적으로 다른 분류군이다.
홍조단괴란 해조류 중의 하나인 홍조류에 의해 형성된 단괴다. 일부 홍조류는 세포 내 혹은 세포벽 사이에 탄산염 광물인 방해석을 침전시키며 자란다. 홍조류가 핵을 중심으로 성장하면서 조류나 파도에 의해 반복적으로 뒤집히고 구르면 동심원상으로 자라게 되어 단괴를 형성하는데 이를 홍조단괴라고 부른다.
바다 속에 살아있는 홍조단괴의 크기는 직경이 수 mm에서 10cm이상까지 다양하다. 특히 크기가 큰 홍조단괴들은 암반들 사이나 암반 주변에 밀집돼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암반이 없는 곳은 지역의 빠른 조류에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에 다양한 크기의 홍조단괴가 조류에 의해 뒤집히고 구르며 성장하지만, 어느 정도 성장하고 나면 더 이상 조류에도 움직이지 않고 비교적 수력학적 에너지가 작은 암반 사이나 주변으로 몰려 고정된 채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우도 천진동 해안가에 서식하고 있는 홍조류는 덮개상 홍조류 중에서 리도플름 속(Lithophyllum sp.)으로 분류된다.
다른 지역에 비해 홍조단괴가 천진동 앞바다에서 많이 서식하는 것은 이 지역이 홍조단괴가 서식하는데 필요한 몇 가지 해양학적인 조건을 만족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로 그 지역이 홍조류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조건이다. 일반적으로 홍조류의 분포는 수온과 햇빛에 의해 조절되며, 수온이 높은 열대지방으로 갈수록 그 종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도 주변 바다의 수온은 여름철에 약 26℃에 이르며, 겨울철에도 약 14℃로 연중 따뜻하다. 또한 성산과 우도 주변에는 하천이 없어서 화산쇄설성 퇴적물이 유입되지 않아 항상 맑고 깨끗한 바닷물이 유지된다. 이러한 바다 환경은 홍조류의 서식에 필요한 조건을 잘 충족시키고 있다고 판단된다.
둘째로 홍조단괴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홍조단괴가 핵을 중심으로 성장해 갈 때 반복적으로 뒤집히거나 해저 바닥을 구를 수 있어야 한다. 수심이 얕은 연안에서 성장하는 홍조단괴의 경우에는 조류나 파도가 홍조단괴를 반복적으로 구르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도의 천진동 앞바다는 이러한 조건을 잘 만족시키고 있다. 성산과 우도 사이의 우도수로는 국내에서 조류가 가장 빠른 지역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는 우도 수로의 수심이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10m 이내로 매우 낮기 때문이다. 이 수로에는 유속이 약 2.6~3.0노트(시속 4.8~5.6㎞)에 이르는 매우 빠른 조류가 형성될 수 있다.
이와 같이 천진동 앞바다는 홍조단괴가 성장하기에 알맞은 해양학적인 환경조건을 갖추고 있다. 얕은 바다에서 성장한 많은 양의 홍조단괴가 이 지역에 간헐적으로 북상하는 태풍에 의해 해안가로 운반돼 천진동 해빈에 홍조단괴 퇴적물을 지속적으로 공급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