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軍)복무와 국적포기

2005-06-08     제주타임스

 “나는 당당한 한국인입니다. 군대를 안 가려고 국적까지 포기하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해병대원 장호재 이병의 말이다. 그는 이미 영국국적과 홍콩시민권을 취득한 상태이지만 이를 마다하고 해병교육훈련단에 자원입대 하여 훈련을 받고 있다.
요즘 전직 장관의 손자들이 국적을 포기했다하여 비난을 받고 있다. 오자복 전 국방장관과 공로명 전 외무장관이 그들이다.

이들은 한때 우리나라의 주요 안보를 책임졌던 자들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또한 현직을 떠나서도 ‘국가 안보’를 외치며 현 정부의 대북·대미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해온 터여서 이들의 이중 행적이 더욱 분노를 자아내게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오 전 국방은 육·해·공군·해병대 예비역 장성들의 모임인 ‘성우회’ 회장직을 내놓았다.
이러한 가운데 국무총리 출신의 김종필씨 손자까지도 국적을 포기함으로써 국민들은 허탈감에 빠져 있다. 하기는 자기가 직접 낳은 자식(子息)도 부모 말을 듣지 않는 세상인데 손자쯤 되면 어쩔 수 없는 노릇 아니냐는 동정론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것과는 다르다.

김종필, 그는 누구인가. 30대 중반에 쿠데타로 정권을 잡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사람이 아닌가. 박정권 시절에는 부침(浮沈)을 거듭하면서도 제2인자의 위치를 확고히 하며 이 나라 정치를 주물러 왔다. 최근 정계를 은퇴하기 전만 하더라도 거물 정객으로서 한 정당의 총재를 맡고 있었다. 이와 같은 그의 손자가 미국적을 선택함으로써 한국 국적을 상실한 것이다.
국민들의 비난과 분노가 쏟아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남에게는 애국·애족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이를 회피하는 파렴치한 행위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지난 6일은 제50회 현충일이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고귀한 생명을 희생한 호국영령들께 한없이 부끄럽기만 하다.
하나밖에 없는 목숨마저 바쳤는데도 실제 살아있는 사람들은 호의호식하려고만 하니 고개를 들 수 없는 심정이다.
이스라엘 국민들은 국외에 살더라도 전쟁이 나면 자진(自進)해서 고국으로 돌아가 총을 든다. 조국으로부터 혜택을 받았던 받지 않았던,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의 오늘을 있게 해준 근원이 바로 모국 이스라엘이라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얼마 전에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둘러싸고 찬 반 공방이 뜨거웠다.

병역거부가 마치 종교와 양심의 자유를 지키는 것처럼 비쳐져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이른바 인권(人權)차원에서 이를 긍정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에, 그만 어안이 벙벙해졌던 기억이 새롭다.
 그렇다면 광복 이후 군인으로 복무했던 수많은 청년들, 그리고 지금 군에 몸담고 있는 현역들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인가.
국방의 의무는 헌법 상 국민의 의무로 규정되어 있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국민이 반드시 지켜야 할 신성한 책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국가와 민족이 없으면 ‘나’도 없기 때문이다.
 사회 지도층부터 솔선수범 하여야 한다.

조국을 위해 몸바친 선열들의 숭고한 뜻과 넋을 기리기 위해서도, 전방에서 묵묵히 국토를 지키며 청춘을 불사르는 장병들을 생각해서라도  병역을 기피하는 일은 추호도 없어야 할 것이다. 차제에 고리타분하다거나 보수적이라고 하지만 말고, 충효사상의 고취와 윤리교육에도 조금씩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어쨌든 실망할 필요는 없다. 비록 전직 국무총리·장관의 손자들이 국적을 포기하고 일부 가진 자와 특정 종파가 병역을 피하려 잔꾀를 부리고는 있지만, 이는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기 까닭이다. 절대 다수의 국민들은 오늘도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첨병으로서 각자 맡은바 임무에 충실하고 있음에 서랴.

이 용 길<제주산업정보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