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키위시장 걸음마 단계…FTA통해 중국 역수출”

부농의 꿈이 영글다 (11)고광수 제주광수생각농장

2015-06-11     고권봉 기자

제주개발 품종인 제주제시골드키위 재배하면서 로열티를 경감, 자유무역협정(FTA) 파고를 넘기 위해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는 농가가 있다. 그 주인공은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에서 3960㎡(1200평) 시설 하우스를 운영하는 제주광수생각농장 고광수(60) 대표와 아내 원양선(54)씨.
고 대표는 2007년부터 골드키위를 재배해 매년 5000만원 정도의 소득을 보고 있다.
2007년 ㎏당 5000원을 넘던 상품 가격이 지난해 2500원~3000원으로 줄어들었지만 고 대표의 소득은 줄어들지 않았다.
이는 고 대표의 농장에서 생산되는 골드키위의 상품과 비상품 비율 조절로 가능했다. 2007년 한해 22t을 생산하던 것을 현재 17t 정도 생산량을 줄여 절반 수준이었던 상품 비율을 현재 80~90%까지 높였다.
특히 고 대표는 “중국에서도 키위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FTA로 값싼 중국 키위가 수입돼 농가가 힘들 것이라고 하는 데 오히려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중국 키위 시장은 이제 시작이어서 돈 많은 사람들도 쉽게 구매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그는 “우리가 오히려 FTA를 통해 중국으로 역 수출을 해야 한다”며 “지난해 전라도와 경상도는 시범수출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제주도도 이러한 것을 배워 공격수출로 나서야 할 때”라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이처럼 고광수, 원양선 부부는 개방화의 위기를 극복하고 부농의 꿈을 일구고 있다.

 

▲제주제시골드키위 통상실시권 안간힘
제주광수생각농장 고광수 대표와 아내 원양선씨를 지난 10일 안덕면 동광리 농장에서 만났다.

고광수 대표는 1982년부터 1984년까지 제주중앙지하상가에서 ‘개나리타운’ 여성복 매장을 운영하던 중 아내를 만났다고 했다. 극장에 광고도 하는 등 잘나가는 여성복 매장을 운영하던 그였지만 1985년, 돌연 고향인 안덕면으로 귀농했다.

큰 아들로서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 걱정됐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 대표는 1985년 콩 등을 재배했다. 하지만 매달 쪼들리는 주머니 사정을 걱정했다.

고 대표는 “농촌에 살다보니 매달 들어오는 돈이 없어 통장에 넣어둔 돈을 쓰다 보니 밑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며 “농업기술원 등을 찾아가 제일 빨리 수확할 수 있는 작물을 가르쳐 달라고 하니 배추가 60일 만에 수확할 수 있다고 해서 배추를 심게 됐다”고 말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딱 맞아 떨어졌다. 그해 배추가격이 비싸졌고 그 때부터 배추를 심었다.

운 좋게도 강원도 사람을 만나 고랭지 배추에 염화칼슘을 뿌려주면 태풍이 오거나 비가 많이 와도 피해를 덜 본다는 재배 노하우를 얻기도 했다. 배추가 돈이 되기 시작했다. 21년 동안 배추 농사를 지었다.

하지만 고 대표는 21년간 지은 배추 농사를 접었다. 배추 출하가 망에 담긴 출하로 바뀌면서 몸도 마음도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이 때 지역 몇 농가가 제스프리 골드키위를 재배했고, 맛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됐다.

찾아갔지만 계약 재배 면적이 적정한 수준이어서 제스프리 골드키위를 재배하지 못했다.

하지만 고 대표는 여기서 실망하지 않고 제주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를 3~4년 찾아가 신품종으로 개발한 제주제시골드키위를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는 권리인 통상 실시권을 요청했다.

고 대표는 “통상실시권을 개인에게는 줄 수 없다고 해서 안덕농협을 찾아가 부탁을 했다”며 “결국 2007년부터 재배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고 대표는 “제스프리의 경우 소득에서 로열티 15%, 포장·마케팅 비용 7% 등이 들어가는데 비해 제주제이시골드키위는 순수 제주개발 품종이어서 이런 비용이 없다”며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상품 비율 줄이기 총력
고 대표는 “재배법에 대한 매뉴얼이 없어 제스프리 농가에 가서 눈동냥으로 배웠다. 열매 속성에 따라 재배법을 다르게 해야 하는데 무작정 따라 했다. 그러다보니 비상품 비율이 높아졌다”고 소회를 밝혔다.

또 “제스프리 골드키위의 경우 농가가 품질 규격에 맞게 고품질 키위만 생산하면 마케팅 회사인 제스프리가 생산관리, 수매, 저온저장, 마케팅을 도맡아 해줬다”며 “하지만 제주산 품종을 키우는 농가는 고품질 키위 생산부터 저온저장, 유통까지 책임져야 해 그러다보니 맛까지 들쭉날쭉해버렸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고 대표는 밀식 재배 방법을 변경했다. 아까웠지만 평균 열매 크기보다 작으면 다 땄다. 한해 생산량이 22t에서 17t 수준으로 줄어들었지만 상품 비율은 높아져 갔다.

고 대표는 “처음이다보니 아무것도 몰랐다. 눈치를 보면서 배우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며 “영농일지를 보여 달라고 하고 싶은데 답답했다. 농가들도 각자 박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한라봉 재배의 경우 평당 수익이 4~5만원 정도 발생하는 데 고 대표의 키위 농장에서도 평당 수익이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왔다.

 

▲농민에 싼 이자 돈보다 돈 버는 방법 필요
고 대표의 아내 원양선씨는 “실질적으로 돈을 버는 방법을 가르쳐 줘야 농민들이 농사를 통해 생활비, 교육비로 쓰고, 빚도 갚고 해야 하는데 그냥 싼 이자 돈이나 빌려주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녀는 “제주에서 개발한 품종을 키우고 있는데 품종만 개발됐을 뿐 나머지는 모두 농가의 몫”이라며 “품종을 개발할 때 재배 기술 등 그 품종이 소비자의 입으로 들어갈 때까지의 과정에 대한 연구도 같이 이뤄져 재배 기술이 전해져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이어 “정확한 매뉴얼만 있으면 고품질의 것을 매해 생산해 낼 수 있는데 그것이 없다보니 농가별로 재배 기술과 후숙 과정 등이 달라 맛도 제각각이어서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기에 애를 먹고 있다”며 “그래서 지금 제스프리와 가격이 2배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개선안 마련을 주문했다.

 

▲또 다른 꿈 향토음식점
고 대표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600평 키위 하우스를 스스로 지었다. 평당 7만원 투자한 이곳에서 내년부터 수확하게 된다. 그래서 아직도 빚은 억대다.

그래도 그는 다른 작물보다 순이익이 높은 키위를 계속 지을 생각이다.

그는 “그동안 키위 재배 등을 위해 안 가보고, 안 배운 것이 없다”며 “제주농업마이스터대학 4년, 농업인성공대학 2년, 유통과정 1년, 임업인 대학도 다녔다”고 말했다.

이어 결혼 적령기에 들어선 딸(31)과 아들(30)에게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즐겁게 했으면 좋겠다”며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으니 좋은 마음을 갖고 직업에 상관없이 생활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아내에게 “여태까지 고생을 많이 했는데 좋은 세상을 빨리 만들어 주고 싶다”며 “요즘 제주관광대에서 향토음식을 공부하고 있는데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에 향토음식점을 차릴 수 있도록 옆에서 지원을 잘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