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 활동서 느끼는 보람 돈으론 살 수 없죠”
‘동행 함께하는 제주’··· 제주도설문대여성문화센터 소속 제주여성자원활동센터
지난달 28일 오전 9시에 찾은 제주도 노인복지회관 지하 식당. 제주도설문대여성문화센터 소속 제주여성자원활동센터(회장 정정숙) 회원들이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는 데 한창이었다.
회원들은 노인대학에 다니는 어르신들의 점심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날 주 메뉴는 다른 반찬 필요 없이 밥만 말아도 한 그릇 뚝딱 비울 수 있는 소고기 무국.
이와 함께 입맛을 돋우는 야채전과 쫄깃하고 아삭한 식감을 느낄 수 있는 버섯 파프리카 볶음, 그리고 향긋하고 싱그러운 숙주 미나림 무침까지 한상 가득 맛있는 밥상이 차려졌다.
어르신들의 취향과 입맛을 그대로 반영한 메뉴였다. 여기에 향긋하고 달콤한 향이 일품인 구아바 물을 준비하기도 했다.
회원들은 지난해 9월부터 매주 목요일마다 노인대학 어르신 120여 명을 대상으로 점심 식사를 대접하는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어르신들이 다양한 음식을 맛 볼 수 있도록 반찬 가짓수를 조금씩 늘리는가 하면 계절에 맞는 음식을 준비하는 등 세세한 것 하나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
도내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봉사 활동을 실천하고 있는 제주여성자원활동센터는 1986년 출범, 현재 39개팀·450여 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한 팀당 10~40여 명의 회원들로 구성돼 있으며, 급식·목욕·옷 수선·이·미용 등 팀마다 맡은 봉사 분야가 다르다. 때문에 봉사 수요처도 무려 26곳이나 된다.
회원들은 2007년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제주시청 어울림쉼터에서 홀로 사는 노인과 노숙자 등 150여 명을 대상으로 한 급식은 물론 이·미용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과거에는 홀몸 노인이 많았는데 최근 들어 노숙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어울림쉼터는 노숙인들이 언제나 확실하게 한 끼 밥을 먹을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음식은 아낌없이 제공된다. 밥은 일반인 2명이 먹어도 부족함이 없을 양인데 이를 깨끗이 비우고 “조금만 더 달라”며 식판을 내미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한 어르신이 집에 계시는 부모님을 드리기 위해 자신은 점심을 조금만 먹고 남은 음식을 싸서 집으로 가지고 갔는데 그때 생각만 하면 눈시울이 뜨거워 진다고 했다.
또 다른 어르신은 수요일만 되면 이른 아침부터 나와서 식탁을 정리하는가 하면 한 사람, 한 사람씩 밥을 타간 뒤 자리에 앉아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회원들은 최근 제주에서 열린 ‘제9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에서도 선수들이 안정적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지난 4월 개최된 ‘제16회 장애인 한마음 축제’에서는 장애인들과 손을 꼭 잡고 마라톤 걷기 대회를 완주해 박수 갈채를 받았다.
지난해 ‘제95회 전국체육대회’ 당시 경기장 안내, 청소 등 대회의 성공 개최를 위해 숨은 곳에서 땀을 흘리기도 했다.
이처럼 회원들이 다양한 봉사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 수 있었던 것은 이를 통해 얻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김의온 사무국장은 “봉사 활동을 하면서 얻는 보람과 즐거움은 돈으로 살 수 없다”고 말했다.
갑자기 급한 봉사 활동을 위해 소집을 한다고 하더라도 30~40여 명의 회원들이 모인단다. 그만큼 봉사에 대한 애착과 열정이 넘친다는 얘기다.
남편들의 외조도 빼놓을 수 없다. 실제 봉사 활동이 있는 날이면 무거운 물건을 나르는 등의 일을 도와주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자녀들도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회원들은 함께 무언가를 하고, 또 그걸 아이들이 배우는 걸 볼 때면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이날 한 회원의 딸이 노인대학에 다니는 어르신들의 점심 식사를 함께 준비해 훈훈함을 자아냈다.
때문에 7월 마지막 주에는 온 가족이 함께 하는 봉사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데 무려 200여 명 가까이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봉사 단체와는 달리 제주여성자원활동센터는 회비를 받지 않는다. 대신 제주의 특산품인 댕유자차를 만들어 봉사 기금을 마련하고 있다.
전문적인 봉사를 위해 설문대여성문화센터가 든든하게 지원해주고 있다. 연말이면 그동안 진행했던 봉사 활동을 돌아보기 위해 자체 평가를 하기도 한다.
정정숙 회장은 “회원 대부분이 40~60대 주부인데 젊은 층이 봉사 활동에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다”며 “앞으로도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회원들과 함께 다양한 봉사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봉사 통해 주는 줄거움 깨달아 나눔 실천 지속 노력”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회원들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상관없이 합심해 봉사 활동을 전개할 것입니다.”
정정숙 제주여성자원활동센터 회장은 “봉사를 통해 받는 즐거움보다 주는 즐거움을 깨닫고 있다”며 “회원들이 건강해서 원하는 봉사 활동을 꾸준히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봉사를 하는 사람이 안 하는 사람보다 수명이 길다는 얘기가 있는데 항상 즐겁기 때문인 것 같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나눔 활동을 실천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