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메르스대책 안이하다

2015-06-07     유영신

온 나라가 초긴장 상태
관광·행사 취소 등 피해 본격
제주도 발표 대응책에 실망감

구체적 행동·대처 매뉴얼 없다
증상 의심자 발생시 ‘어떻게’
민간 참여 대책기구도 ‘대안’

지금 온 나라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라는 바이러스 균이 초긴장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엄청난 국가적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관광객의 입도 취소가 잇따르고 있고 집단 감염 우려 등으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문화 행사 등이 줄줄이 연기 또는 취소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모이는 행사를 기획하고 주관하는 필자의 회사는 이러한 피해를 가장 빨리 체감하고 있다. 이미 어제(7일) 제주시청 인근에서 도내 거주 외국인들과 함께 펼칠 예정이었던 JDC 지구촌축제가 무기한 연기됐다. 이번 주말 서울에서 개최될 수백명 규모의 국제심포지엄도 아직 취소되진 않았으나 해외참가자들의 출석률이 내심 염려된다. 이달 말 제주에서 열릴 예정으로 1000여명이 등록한 국제회의는 해외 참가자들로부터 국내 상황에 대한 문의 메일이 연일 늘고 있는 상황 속에 뭐라 답할지 걱정이 크다.

국제행사의 취소에 따른 피해는 직접경비로 가늠하는 경제적인 것을 훨씬 초월한다. 한국의 대외 신인도를 포함한 간접적이고 사회적인 피해액까지 합치면 성공했을 경우 생기는 파급효과보다 더 피해가 크다는 게 MICE 업계의 분석이다.

아무리 작은 행사일지라도 성공을 위해 짧게는 수개월부터 길게는 수년에 걸친 준비기간을 갖는다. 수백·수천 가지의 크고 작은 의사 결정을 위한 자료 조사와 정보 수집은 물론이고 이를 정리하고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협의와 협상을 거친 후 비로소 하나의 패키지상품과도 같은 프로젝트로 완성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아픔’은 MICE산업과 속성이 유사한 관광업계에서도 대동소이할 것이다. 해서 MICE와 관광산업의 비중이 높은 제주도야말로 자칫 메르스 피해를 가장 크게 볼 위험성이 매우 높다.

글을 쓰는 순간, 제주에도 관광객 중 메르스 양성환자와 접촉한 2명이 격리 조치됐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우려가 현실이 되며 도내 관광업계는 물론 전 도민의 생활 안전에도 빨간 불이 켜진 셈이다. 메르스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로 인한 피해보다 직·간접적으로 그 규모도 크고 광범위하게 제주를 덮칠 수도 있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응책이 하루빨리 세워져야 할 것이다.

지난주 제주도지사가 주도한 대책회의를 통해 나온 대응책이라며 전해들은 게 대중이 모이는 집회나 행사를 취소하거나 자제해달라는 정도여서 매우 실망스러웠다. 물론 공항과 항만 입국장에 체온감지장비와 검역을 철저히 하겠다는 조치는 있었으나 일상에서 관광객들과 접하는 도민들에게 어떻게 대응하라는 등의 대책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

하루에도 수만명씩 제주를 찾는 방문객을 막을 수 없다면 적어도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대비책 정도는 이미 세웠어야 했다. 도민 누구나 숙지하고 대처할 만한 관리체계와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해야 한다. 주변에 증상 의심자 등이 있을 시엔 어떤 기관으로 신고와 보호를 의뢰하고, 어떤 경로로 이들을 이송하고 어떤 곳에서 격리 조치하고 등의 관리매뉴얼이야말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대책이 아닌가 싶다.

이런 것이 도내 메르스의 유입에 대한 대처이자, 유입 시엔 확산을 막아 도민과 관광객 모두를 안심시킬 수 있는 대책이 아닌가 싶다. 전문가가 아닌 사람도 이 정도로 고민하고 걱정하는데 아직까지 제주도정은 제주가 청정지역이라며 별일 없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차제에 주민들에게 직접적 피해가 따르는 사안이 생겼을 경우 공공기관만의 논의보다는 신속하게 민간과 함께 공청회를 열고 공동대책기구를 구성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대응 체계 구축을 제안해 본다. 도민 모두가 사돈네 팔촌일 만큼 상호 인지도가 높은 사회적 분위기가 지켜지고 있는 제주도인 만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정부나 기관은 실리보다는 명분을 앞세우며 책임회피와 눈치보기에 급급, 소극적 대응 방식으로 적절한 시기를 놓치고 마는 경우가 너무 많아 국민들의 불신이 깊다. 도민의 한사람으로서 제주도만큼은 이러한 행태를 따라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