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공천⇒지사출마 '說'

與 경선희망 후보들 심한 거부감 野 "전략공천은 거의 불가능" 일축

2005-06-07     고창일 기자

현명관씨의 제주도지사 출마가 과연 현실로 이뤄질 것인가에 정가 관계자들을 포함한 제주도민의 관심사로 급부상했다.
전경련 전 부회장. 삼성물산 회장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제주출신 인사중 '경제적으로 가장 성공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듣는 현씨의 도지사 출마설이 정가의 관심거리로 등장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 야 모두 대선의 전초전으로 여기고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아래서 특히 제주는 '포기할 수 없는' 전략지역으로 분류되는 게 사실이다.

여당의 입장에서 봤을 때 '제주에서 이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는 전례를 무시하고라도 영남지역은 광역단체장을 확보하기가 힘들고 호남지역도 민주당의 부활이 눈에 보이는 실정이다.
더욱이 수도이전으로 잡아두려 했던 충청도 표심마저 불안정하다는 것은 지난 재. 보선에서 확인된 만큼 수도권 및 제주도는 놓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전략 공천설'마저 새나오고 있다.

결국 '한나라당 소속인 현직 지사를 이길 수 있는 인물을 자당 후보로 선택해야 한다'는 논리가 등장하는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현씨의 정가데뷔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가정할 수 있다.
지난해 도지사 재선거에서 패배한 여당인 열린 우리당의 전략 공천을 통하는 길이 가장 유력하다.
이 가설은 지난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진철훈씨가 건교부 차관급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직을 맡은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자리를 박차고 다시 출마한다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는 일부 지적과 연결돼 있다.

하지만 진 이사장은 선임 직후 인터뷰에서 "출마 여부는 개인의 고유권리로 아무도 간섭할 수 없다"면서 "도지사 출마여부는 충분히 고민한 후 결정하겠다"고 단언했다.
'불출마 전제 이사장 선임설'에 대해 한 측근 인사는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뒤 "서울시 국장 등을 지낸 능력을 높이 산 것이지 이사장 선임에 아무런 정치적인 계산이 깔려 있지 않다"고 밝혔다.
또한 경선 참여를 준비중인 다른 후보군들도 심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경선을 거치는 과정에서 당원들의 선택을 받아야 후보 자격을 부여한다'는 열린 우리당의 정당 운영 기본방침이 훼손된다는 것이다.

공정하게 경선에 참여한 후 당원들에 의해 후보로 나서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과정과 형식을 무시하고 '이겨야 한다'는 명분아래 '전략 공천'이 실시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전략공천도 경선을 거쳐야 이뤄지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도지사 출마설이 정가를 중심으로 나도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 회장이 경선을 거부한다는 소식도 들린다"고 '정가의 소문'을 전했다.
여기에 현 회장이 야당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있다는, 현 시점에 볼 때 '비현실적인' 관측도 나돌고 있다.

이는 한나라당 제주도당과 김 지사의 불편한 관계를 그 근거로 하고 있다.
행정계층구조 개편에 '올인'하는 김 지사에 대해 지난달 한나라당 제주도당은 '같은 당 소속이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반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협조도 할 수 없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한나라당 소속 도의원들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일부 도의원들은 '위헌적 발상' 또는 '선택을 주민에게 강요하는 것은 부적절한 행정행위'라고 쏘아 부쳤다.

이어 이달 들어서도 도내 정당 설득에 나선 김 지사가 마련한 한나라당 설명회에서 '보조를 같이 할 수 없는 문제'라는 의견이 지배적으로 제시됐다.
총선과 재선거를 거치는 동안 형성된 불편한 관계가 제주도의 행정계층구조개편 추진작업에서 불거졌다는 것이 정가의 인식이다.
반면 대세는 '현직 지사를 무시한 전략 공천은 정치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모험'이라며 한나라당 출마설을 일축하고 있다.

찬잔 속 태풍, 아니면 메가톤 급(?)

현 회장 출마설이 현실화할 경우에 대한 정가의 평가는 분분하다.
'오히려 잘못된 선택'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제주도를 위해 한 일이 거의 없는 서울에서 성공한 인사가 느닷없이 도지사가 되겠다는 것은 무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또한 날줄 씨줄로 연결돼 있는 지역 특성상 현 회장의 유명세가 득표로 연결되기는 힘들다는 분석과 함께 여론 주도층을 제외한 일반 도민의 경우 '얼마나 알고 있나'라는 인지도가 문제라는 분석이다.

반대로 지역경제가 심하게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경제 전문가'로 현회장의 이미지가 강하게 어필될 수 있다는 '긍정론'도 나도는 형편이다.
이를 의식한 듯 현 회장은 지난 4일 도민대토론회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우리 경제를 제주도가 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현 회장 출마설이 선거가 다가올 때마다 들리는 '유력인사 영입설'로 나돌다 사라질 것인지 아니면 본인의 의지와 정치권의 수요가 맞물려 도내 정가를 흔들 것인지에 귀추가 주목되는 형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