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희생자 재심의 운운 반성하라”

박창욱·임문철 4·3중앙위원 회견

2015-05-27     박민호 기자

최근 국내 보수단체들이 4·3 희생자 결정을 무효로 해 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도민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주무관청인 행정자치부가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 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제주4·3중앙위원회 소속 박창욱·임문철 위원은 27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희생자 재심’ 운운한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소송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라”고 촉구했다.

지난해 12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자인 이인수씨와 이선교 목사 등 13명은 4·3위원회에서 희생자로 결정된 63명에 대해 희생자 결정을 무효로 해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문제는 소송당사자인 행정자치부가 이에 대해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 이들의 주장을 묵인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행자부는 변호인 선임을 미룬 채 담당 공무원에게 소송업무를 맡긴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지난달 23일 1심 공판에서 변호사가 없는 상태에서 진행했고, 재판 진행사항에 역시 유족회에 알리지 않았다.
이에 4·3 유족회 등 관련 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창욱 위원은 “만약 행자부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희생자 결정을 무효화 하라는 판결이 나온다면 해당자의 위패를 치우고, 각명비에서 이름을 지워야 하는 등의 엄청난 일이 벌어지게 된다”면서 “더불어 그동안 4·3위원회에서 공들여 쌓아온 진실과 화해, 상생의 4·3정신이 무너져 내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제라도 전문변호사를 선임, 소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라”고 촉구했다.

함께 참석한 임문철 신부는 “연초 일부 보수단체의 문제제기가 소강상태인 것처럼 보였는데 물밑에서 엄청난 폭풍이 불고 있었다”면서 “지금의 사태는 지금까지의 4·3 진실규명운동과 4·3의 정신이 송두리째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며 우려를 전했다.

임신부는 그러면서 “이번 소송을 통해 1~2명이라도 재심의 결정이 내려진다면 그동안 다져 온 4·3의 둑이 무너져 내리는 엄청난 결과가 초래될 것이란 걸 직시해야 한다”면서 “앞으로 4·3단체를 비롯해 정당, 시민·사회단체 등이 함께하는 범도민 기구를 조직, 이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수단체들은 2009년에도 같은 취지의 헌법소원심판(2건)과 행정소송(2건), 국가소송(2건) 등 6건의 소송을 제기했지만 2012년 3월 마지막 소송이 대법원에서 기각되면서 모두 패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