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으로…오름으로…, 그가 떠난 지 10년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서 추모 10주기 ‘오름사진전’
30일 개막 연말까지…내달 27일부터 서울서도 전시

2015-05-26     박수진 기자

제주를 너무나도 사랑한 사진작가 고(故) 김영갑(1957~2005)씨. 제주에 매료돼 1985년 이 곳으로 이주한 그는 한라산과 마라도, 제주해녀와 오름 등 섬 곳곳을 찍었다. 그가 카메라 앵글에 담아 내지 않은 것은 ‘제주도’에 없는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섬 구석구석 그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은 없었다.

그는 창고에 쌓여 곰팡이가 피는 사진들을 위해 당시 폐교였던 삼달리 분교를 ‘갤러리’로 개조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진을 찍을 때면 셔터를 눌러야 할 손이 떨리고, 이유 없이 허리에 통증이 왔다. 나중에는 카메라를 들지도, 제대로 걷기는 커녕 먹지도 못할 지경이 됐다.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그는, 손수 몸을 움직여 자신의 이름을 내건 갤러리를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지난 2002년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이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에 문을 열었다. 투병 생활을 한지 6년만인 지난 2005년 5월 29일. 그는 수많은 제주의 풍경을 뒤로한 채 영원한 제주의 바람이 됐다.

벌써 그가 떠난 지 10년이 됐다.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관장 박훈일)은 그의 추모 10주기를 맞아 30일부터 올해 말까지 ‘오름’사진전을 개최한다. 제1전시관에서는 그의 초기작업인 1980년대 제주의 오름 풍경을 흑백사진으로 담은 작품들이 전시된다. 제2전시관에서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제주의 오름 풍경을 ‘파노라마 형식’으로 찍은 작품이 걸린다.

30일 오후 3시부터 진행되는 개막식에는 제주나눔오케스트라와 그가 생전에 많은 도움을 받았던 가수 코리아나 멤버인 이애숙씨, 추모곡을 만들었던 김희갑씨와 양인자씨가 참여한다.

다음 달 27일부터 9월 22일까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아라아트센터에서도 그의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다.

그의 제자이기도 한 박훈일 관장은 “선생님이 돌아가신 이후에도, 많은 분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있었기에 갤러리를 지켜낼 수 있었다"며 ”이날 행사에 많은 분들이 찾아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문의)064-784-9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