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소방안전 체험의 힘
경기도 화성군 서산면의 한 청소년수련원에서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시작된 불길은 3층 숙소건물 전체를 전소시키며 아직 죽음이 뭔지도 모르는 어린이 23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갔을 뿐만 아니라 아이를 잃은 부모의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바로 우리 모두를 경악케 한 1999년 6월 30일 새벽 1시 30분경에 발생한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이다. 사고가 있은 지 6년이 다 되어 가는 현재까지도 화재의 원인이 전기누전으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모기향불에 의한 것인지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우리 어른들의 무사안일주의로 인한 참사였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 중에서도 어린이 안전사고 사망률이 매우 높은 편이다. 따라서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와 같은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고 어린이 안전사고 감소를 위해 2003년『어린이 안전원년』을 선포하고, 향후 5년간 어린이 사고사망을 50% 감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범정부 차원의 “어린이안전종합대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선포 2주년인 올해 통계청 사망원인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어린이 안전원년』선포 이후 14세 이하 어린이 사고사망자가 2003년에는 16.0% 감소했고, 2004년의 경우에는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 25.4% 감소, 어린이 익사사고 사망자 56.8% 감소 추세를 보이는 것을 감안할 때 어린이 종합안전대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우리도에서도 제주도소방재난관리본부가 지난해 발생한 어린이 안전사고 발생현황을 파악한 결과 2003년 881명에 달했던 어린이 안전사고가 2004년 18%인 158명이 줄어든 723명으로 집계되어 어린이 종합 안전대책에 총력을 기울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교통사고, 익사, 추락, 질식 등에 의한 어린이 사망은 10%이상 감소하였으나, 화상(화재)으로 인한 사고는 오히려 27.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이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마련은 시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제주소방서에서는 화재로 인한 어린이 사고를 줄이는데 일조하고자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소방안전체험교육을 통해 생활속의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종합 안전체험 터전인 “다기능 119안전체험의 장”을 운영하고 있다.
단지 VTR을 통해 보여주고 설명으로 그치는 기존의 이론 위주 교육 대신 스스로 소화기를 이용해서 불도 꺼보고 화재 시 자욱한 연기 속에서 어떻게 피난을 해야 하는지 배우게 하기 위하여 눈물을 쏙 빼놓는 농연체험장도 직접 체험해 보도록 하고 있다. 현재 제주도 내 많은 유치원과 단체에서 위 시설을 이용한 119소방안전체험을 했으며 반응도 좋아서 예약을 통해서만이 체험을 할 수 있을 정도이다.
흔히 “어린이는 우리의 미런라고들 한다. 우리의 미래인 어린이들이 자신의 안전을 스스로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지금 우리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 아닐까. 고기를 잡아주는 대신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었던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되새겨 봐야 할 때이다.
김 상 용<제주소방서 오라파출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