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산업의 현실과 당랑규선의 의미
중국 고사성어 중에 ‘당랑규선’이라는 말이 있다.
뜻풀이를 보면 사마귀가 매미를 잡으려고 엿보고 있으나, 그 사마귀는 뒤에서 참새가 노리고 있음을 모른다는 말로, 눈앞의 이익에 어두워 뒤에 따를 걱정거리나 고난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제주는 원희룡 도지사가 발표한 ‘고품질감귤 안정생산 구조혁신 방침’으로 설왕설래다. 그 중에도 고품질감귤 안정생산 구조혁신 내용의 일부인 가공용 감귤 수매규격과 종전처럼 수매를 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물론 감귤산업이 그 만큼 제주경제를 지탱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좀 더 냉정하고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우리가 감귤농사를 짓는 것이 가공용 감귤을 생산해 판매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감귤원을 아무리 잘 관리한다고 해도 품질이 떨어지는 감귤은 나오게 마련이지만, 고품질감귤 생산구조로의 혁신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마당에 가공용 감귤 수매가 논쟁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현재 과일시장이 엄청나게 변화하고 있다. 사과·배 등 국내 타 과일들은 구조조정으로 재배면적을 줄이고 꾸준한 품종개량을 통해 획기적인 품질향상을 이뤄 내 소비시장에서 감귤을 추월하고 있다.
감귤시장이 국내외 타 과일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고, 이 위협은 점점 강해져 감귤산업 전체에 위기가 올 수도 있음을 간과해 가공용 감귤에 대한 논쟁을 하는 것이 어쩌면 중국 고사의 당랑규선과 같은 형국은 아닌지 되새겨보고 싶다.
감귤산업 혁신방안은 소비자가 원하는 맛있는 감귤을 생산하고 소비자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 최선의 방안이다. 누구를 탓하기보다 지금부터라도 농가·생산자 단체·상인·행정 등 이해관계자들이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때 가능한 일이며, 관건은 실천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