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하며 '안입고 덜먹고'

경제난 속 서민들 '허리띠 졸라매기' 확산

2005-06-06     한경훈 기자

올해로 결혼 10년 차인 주부 강모씨(38.제주시 화북동). 강씨는 요즘 유통매장 전단지를 유심히 살피는 게 하루 일과가 됐다. 수입은 줄고 물가는 많이 오르다보니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서다.
강씨는 “경기전망이 불투명해 기본적인 소비를 빼고는 웬만하면 안 입고 덜 먹고 해서 견딘다”고 말했다.
최근 사회적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강씨처럼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고 지갑을 열지 않는 가계가 늘고 있다.

매년 증가세를 보이던 가계대출 잔액이 올 들어 감소로 돌아섰는가 하면 신용카드이용액 감소폭도 더욱 커졌다.
한국은행제주본부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도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전년말에 비해 92억원 감소했다.
도내 가계대출 잔액은 IMF 직후인 1998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1998년 5006억원이던 도내 가계대출 잔액은 2004년 1조9491억원으로 매년 평균 48% 증가했다.

올 들어 가계대출 잔액이 줄어든 것은 가계가 부채조정을 계속하면서 소비를 억제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카드사용액 감소폭도 커지는 추세여서 최근의 내수침체를 반영하고 있다.
올 들어 4월까지 도내 신용카드이용액은 4466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5%나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감소폭(7.2%)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신용카드를 이용한 물품ㆍ용역구매액의 경우 지난해 1~4월에는 전년동기 대비 21.7% 증가했으나 올해는 5% 감소해 가계 씀씀이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신용카드 현금서비스액 감소폭은 26.7%로 전년과 비슷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