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웃음 줄 수 있다는 건 가장 큰 행복”
‘동행 함께하는 제주’··· 제주도장애인종합복지관 팡돌회
“따뜻한 마음만 가지고 있다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게 봉사가 아닐까요.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희망과 웃음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큰 행복입니다.”
지난 13일 오후 7시 30분 제주시 아라1동에 위치한 제주특별자치도장애인종합복지관(관장 윤보철)에서 한 지적장애인이 단소로 ‘아리랑’을 연주했다.
그의 연주 실력은 제법 능숙해 보였다. 단소 연주가 끝나자 박수가 나왔고, 그는 머쓱한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어 제주특별자치도장애인종합복지관 소속 봉사 단체인 ‘팡돌회(회장 고미자)’ 회원들의 동화 구연이 펼쳐졌다. 동화 구연이 시작되자 지적장애인들은 눈을 반짝였다.
같은 내용이라도 억양과 목소리 톤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동화 구연을 선보이는 고미자 회장의 몸짓을 따라하는 이들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꽃이 가득했다.
이날은 팡돌회가 제주도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생활하고 있는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한 징검다리 공부방 봉사 활동을 하는 날이었다.
팡돌회는 제주특별자치도장애인종합복지관이 생겨난 이듬해인 1990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사는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데 뜻을 함께하는 회원들이 모여 결성됐다.
이에 따라 현재 아름다운 ‘동행길’에 나서고 있는 회원은 모두 30여 명으로, 이들의 직업은 자영업부터 공무원, 회사원, 학생 등 다양하다.
최근에는 회원 자녀들까지 봉사 활동에 참여하면서 ‘가족 봉사단’으로 거듭나고 있다. 회원들은 함께 무언가를 하고, 또 그걸 아이들이 배우는 걸 볼 때면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회원들은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2시간 동안 제주특별자치도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동화책 읽어주기, 수화, 악기(오카리나·단소) 연주 등의 내용으로 징검다리 공부방을 진행하고 있다.
2주에 한 번 씩은 복지관 밖으로 나가는데 볼링장이나 노래연습장을 찾아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가 하면 식당에서 직접 주문해 식사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처음에는 분식집을 많이 갔는데 이제는 연중 1회 행사로 레스토랑이나 패스트푸점을 방문하는 등 조금씩 주문의 난이도를 높여가고 있다. 일상 생활을 하는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되다 보니 지적장애인들의 반응도 좋다.
회원들이 복지관을 찾는 날이면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장애인들은 입구에 마중 나와 있는 등 수요일이 빨리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지적장애인은 모두 9명이다. 본인들의 관심 분야에 있어서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그들이다.
구연 동화에 많은 흥미를 느끼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오카리나와 단소 등 연주 시간을 좋아하는 친구도 있다.
서로의 관심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가끔은 힘들 법도 하지만 회원들은 항상 웃는 얼굴로 이들을 대하고 있다.
회원들은 매월 세번째 주 토요일마다 장애인 가정을 찾아 집안 환경정리 등을 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제주시 화북동·아라동 장애인 가정을 10회 방문해 봉사 활동을 펼쳤다.
회원들의 봉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기적으로 사회복지시설을 찾아 청소 등의 봉사 활동을 하고 있으며, 장애인 관련 행사가 열리면 지원에 나서기도 한다.
팡돌회는 지속적이고 진정성 있는 봉사를 추구하는 만큼 우선 봉사 활동을 경험한 뒤 가입을 원하는지 이들의 의사를 충분히 묻는다.
그런가 하면 팡돌회 내부에는 회원들끼리 반드시 지켜야 하는 수칙 같은 게 있다고 한다. 개인적인 이익을 위한 영업활동 금지 등이 바로 그것이다.
고 회장은 “봉사는 나 자신과의 약속인 만큼 이유를 분명히 알고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며 “공부방 이용자에게 진심으로 다가갈 수 있는 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초등학생 회원이라도 지적장애인을 위한 봉사활동을 잘 해내고 있다. 봉사를 하는 봉사자의 진심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가끔은 지적장애인이 밤늦게 회원들에게 전화를 거는 경우도 있는데 시간 개념이 부족한 만큼 늦은 시간에 전화를 해도 당황하지 않기 등의 수칙도 정해두고 있다고 했다.
오는 9월은 팡돌회 창립 25주년이다. 회원들이 지속적으로 봉사를 해올 수 있었던 것은 누군가에게 희망과 웃음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회원들은 봉사를 하면서 절대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고 했다. 욕심을 가지면 어느 순간 봉사활동이 지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회원들의 조언이다.
팡돌회 회원들은 쉴 틈이 없다. 봉사가 없는 날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한다. 정기총회 때마다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도 내리고 있다.
고 회장은 “따뜻한 마음만 가지고 있다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게 봉사”라며 “그런 마음이 전달돼 서로 함께 나누는 행복한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외된 이웃들 위해 배려·나눠줄 수 있는 사회 만들기 노력”
“저에게 있어서 봉사는 삶의 일부입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꾸준히 봉사를 이어갈 것입니다.”
고미자 팡돌회장은 “봉사를 하는 자세가 항상 겸손해야 한다”며 “그렇게 봉사를 해오다 보니 어느새 성장해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고 회장은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소외된 이들이 많다”며 “그들을 위해 조금 더 배려하고 나눠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회원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봉사를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