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하게 스며드는 울림이 있는 학교"

■ 제주매일 보듬기 프로젝트 - 모두가 소중한 아이들 -
<9>조천초등학교

2015-05-11     박미예 기자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대상에 선정
독서교육강화·시낭송 프로그램 등 추진
복도 이곳저곳에 '살포시' 3원칙 게시



 


* 독서 실력 ‘일취월장’

지난달 28일 오전, 책 향기 가득한 조천초등학교 도서관에서는 도서관 활용 수업이 한창이었다. 2학년 3반 학생들은 마음 약한 늑대 루카스 이야기에 숨을 죽여 집중하고 있었다.

“내 잠을 깨우는 못된 짐승이 누구냐!”

늑대 옷을 입은 선생님의 실감나는 구연에 여기저기서 즐거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학생들은 구연동화를 들은 후 자신의 느낌을 정리하고, 방송 아나운서처럼 책을 소개했다.

조천초는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대상에 선정돼 올해부터 2017년 2월까지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독서교육강화프로그램, 문화 아카데미, 감정코칭 프로그램, 칭찬릴레이, 인성교육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독서교육강화프로그램과 시낭송 프로그램 등 문학 관련 프로그램이다.

조천초는 독서강화프로그램을 통해 도서관 활용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1~2학년은 독서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구연동화, 탈꾸미기, 역할놀이 등을 배우고, 3~4학년은 표현력을 키우기 위해 NIE(Newspaper In Education, 신문 활용 교육), 책 만들기, 직접 구연해보기 등의, 5~6학년은 교과 연계 NIE, 기자가 돼 자신이 좋아하는 책 소개하기 등의 활동을 벌인다.

강선욱 교무기획부장은 “학급별로 총 10회 수업이 이뤄지는 독서교육강화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독서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책을 읽은 후 매번 자신의 소감 등을 쓰게 하는데, 학생들의 작문 실력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 3~4학년은 매주 화요일이면 ‘맛있는 시와 놀다’를 주제로 시를 낭송하는 시간을 갖는다.

학생들은 직접 시를 낭송해보고 시에 대해 얘기를 나누며 생각과 감성을 키우고 있다.

4학년 (송)지민이는 “시낭송 수업을 들으면 시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은 느낌이 든다”며 “얼마 전에 유희윤 시인의 ‘사다리’를 배우고 나서 아빠가 우리들을 위해 많이 희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아빠가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고)주연이는 “시를 읽으면 어려울 때도 있지만 재미있고 신기하다”며 “시낭송 수업을 들을 때마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돼 엄마 아빠께 학교에서 배운 시를 알려드리고 있다”고 활짝 웃었다.

이밖에 조천초는 시조창, 시사랑 동아리, 소리 울림 합창단, 탁구, 1인 1줄넘기, 꿈키움 책자 등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특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존중하는 ‘우리’
 

“민욱아. 오늘은 별일 없었어?”

김윤현 교장이 교장실 창문 너머로 지나가던 학생에게 말을 건네자 “네”하고 수줍은 대답이 돌아왔다.

교장실 한쪽 벽에는 전교생 251명의 사진과 이름, 꿈이 학년별로 붙어있다.

벽에 붙은 사진을 보며 전교생의 이름을 전부 외웠다는 김 교장은 “아이들을 마주쳤을 때 이름을 부르며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노력한다”며 “‘학생’이라고 불릴 때와 개개인의 이름으로 불릴 때 아이들의 기분은 많이 다를 것”이라고 자신의 교육관을 드러냈다.

교장실의 창문과 문도 항상 활짝 열어둬 학생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

조천초 교육공동체가 추구하는 가치인 ‘존중’과 ‘소통’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천초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은 서로를 존중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교사들은 학년군별로 교장실을 찾아 평소에 하고 싶었던 말, 제안 사항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이와 함께 교무와 행정 간 업무를 연계시켜 부서간 단절을 줄여나가고 있다.

또, 조천초는 안전, 존중 등을 위한 ‘살포시’ 3원칙을 정하고 이를 복도 이곳저곳에 게시해 뒀다. ▲복도에서는 ‘살’금살금 걷기 ▲친구에게는 ‘포’근하게 말하기 ▲행복한 하루의 ‘시’작은 공수인사로 마음 표현하기. 이 세 가지 원칙 중 공수인사는 조천초의 인성 브랜드이기도 하다.

김 교장은 “아이들이 복도에서 시끄럽게 떠들고 뛰어다니다가도 어른들과 마주치면 공수인사하며 걸음을 늦추고 목소리를 줄인다”면서 “살포시가 아직 완벽히 정착되지는 않았지만 안전성을 높이고 인성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학교 행사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학교에 대한 믿음과 존중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제주돌문화 공원에서 실시된 ‘즐거운 학교 · 행복한 가정’ 행사에는 학생, 학부모, 교직원 및 교직원 가족 등 조천교육가족 120여명이 참가해 학교 행사에 대한 학부모들의 큰 관심을 반영하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앞으로도 학생들과 함께 문화 유적길 탐방, 조천포구 바다낚시 대회, 조천가족 어울림 한마당 등의 행사에 참여하며 학교교육활동에 힘을 실어줄 계획이다.

조천초 교사들은 힘주어 말했다. “조천초는 잔잔하게 스며드는 울림이 있는 학교”라고. 학교와 학생, 학부모가 한 마음으로 서로를 믿고 존중하는 조천초의 미래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표정만큼이나 밝게 빛난다.

 

김윤현 조천초등학교장

김윤현 조천초등학교장은 “조천교육가족은 존중과 소통을 바탕으로 꿈과 사랑을 키우는 행복한 학

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장은 “전교생의 이름을 외우고 교장실을 항상 개방해 학생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며 “학생들이 교장실을 찾아와 교사에게 혼났다는 하소연을 풀어놓는 등 친할아버지와 손자손녀와 같은 관계를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장은 “학년별 담임들과도 사담하듯 대화의 시간을 가져 어려운 점이라든지 풀리지 않는 일들에 대한 얘기를 듣고, 교장으로서 부탁하고 싶은 것들도 편하게 전달하고 있다”며 “소통이 원활히 이뤄지면 모든 문제가 형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장은 특별프로그램 운영에 대해 “민족 자존의 고장 조천읍에 대한 학생들과 지역민들의 자부심이 높아 학부모와 학생이 함께 할 수 있는 문화 유적길 탐방 등을 펴고 있다”며 “시낭송, 도서관 활용수업 등 학생들의 꿈과 끼를 키우는 활동도 다양하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또, ᄒᆞᆫ디 꿈키움 동아리 활동을 올해의 역점 활동으로 정했다”며 “난타, 케이팝 댄스, 뮤지컬, 영어, 자율동아리 활동 등을 통해 아이들이 가진 잠재력을 발견하고 키워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강안복 조천초등학교 운영위원장

강안복 조천초등학교 운영위원장은 “현재 조천조 교사들은 정말 열심히 학교를 꾸려나가고 있다”며 “학부모들은 아이들과 학교의 성장을 위해 활발한 활동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 운영위원장은 구체적으로 “마을의 올레길을 걸으며 용천수 등 지역의 유적지를 돌아보는 문화 유적길 탐방에도 많은 학부모들이 함께 한다”며 “가을이 되면 조천 포구에서 열리는 조천초 바다낚시대회, 즐거운 학교 · 행복한 가정 만들기 행사 등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학부모들은 개인시간을 내 학교 운동장 잡초 제거, 가지치기 등 학교 정화활동에도 힘쓰고 있다”며 “운동회 등 큰 행사 때에는 학용품 같은 물적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강 운영위원장은 “조천초를 졸업한 동문들도 학교 활성화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며 “학교에 큰 행사가 있을 때 직접 찾아와 도와주고 여러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