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대 작품 제주에 기증

6ㆍ25 피난때 칠성로서 화랑운영 장리석 화백

2005-06-04     고창일 기자

'동심처럼 흐르는 체험의 조형언어'라는 평가를 듣는 장리석 화백이 점 장 1억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진 자신의 작품 110점을 제주도에 기증, 훈훈한 감동을 줬다.
장 화백이 1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예술작품을 제주도에 무상으로 제공한 이유는 6.25 피난 당시 제주시 칠성로에서 5년간 화랑을 운영했다는 인연 때문이라는 것이 장 화백을 아는 사람들의 설명이다.
이중섭, 박수근 등과 함께 우리 나라 서양화의 명인으로 추앙받는 장 화백은 1916년 평양에서 태어났다.

목우회전 등 다수의 그룹전 및 초대전 참여, 서라벌예대 회화과 교수, 국전 추천작가, 초대작가 및 심사위원 등이 그의 주요 이력이다.
장 화백은 혜성처럼 불꽃이 튀는 천재형이라기 보다는 오랜 세월을 거쳐 쌓아 올린 만성형 작가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예리한 칼날을 느끼게 하는 이지적인 타입이라기 보다 끝이 닳은 구수함과 뭉클한 정감을 쏟아 놓는다는 화풍과 짧다면 짧은 5년간 신세를 진 제주도에 대한 보은이 결코 동 떨어져 보이지 않는다.

작가로서의 명성은 제4회 국전의 '조롱과 노인'으로부터.
확고한 위치는 제9회 국전의 '그늘의 노인'에서 다졌다.
평론가 오광수씨는 '인간의 목소리를 기록'을 통해 '화려하면서 위선에 가득찬 앞면이 아니라 언제나 어두우면서도 진실에 찬 뒷면, 서민생활의 애환을 쫓는 시점은 한 사람의 시대적 증인으로서 작가적 위치를 획득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3일 오전 11시 장리석 화백은 '장리석 미술문화재단' 추진위원 10명과 함께 제주도청을 찾아 기증 협약식을 가졌다.

제주도는 "이중섭 기념관과 같은 별도의 공간을 마련할 것인지 아니면 추진중인 제주도립미술관에 전시할 것인지를 고민 중"이라며 장 화백의 뜻을 기리는데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