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손길

2005-06-03     제주타임스

 최근 보건복지부는 “노령화지수 추이”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우리 나라 전체 인구중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2050년에 이르면 37%를 넘어서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노령 인구의 나라가 된다는 것이다. 현재의 노인 인구 비율이 9%를 조금 넘는 정도인 것을 감안한다면, 그 비율의 증가 추세는 대단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알게 한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정부는 물론 각계 각층에서 노인복지에 관한 대책을 연구하고 추진하는 줄로 안다. 그러나 사회적 변화를 수용하기에는 여러 여건과 제도적 수준이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 아닌가 한다. 때로는 매우 그럴듯한 제도나 대책을 발표하기도 하지만, 공허한 말잔치에 머물거나 하드웨어 수준을 감돌기만 한다. 그래서 수많은 노인들이 따뜻한 손길을 매만질 수 없는 외로움이나 소외감으로 나날을 보내게 되는 것이 현실이 아닌가 여겨진다. 그리고 이러한현상은 속도를 더하면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은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노인을 공경할 줄 모르는 사람은 부모를 공경하지 못한다.”(이황) 옛 성현은 대단히 단순하고 소박한 언어로 우리의 폐부를 찌르는 훈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르침은 박물관이나 유물 보관소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세태가 되어 버린 듯하다. 이처럼 노인에 대한 예우나 보살핌이 실종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나라 상감님도 늙은이 대접은 한다.”(한국 속담)는 말의 의미도 알지 못한다.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물질적 풍요와 편이한 생활에만 관심을 모으고 있는 세상에서는 노인들에게 차려질 잔치상도 술잔도 없다. 순간적인 찰나주의, 무절제한 소비주의, 그리고 육체적 아름다움의 노출과 그것이 꾸미는 쾌락을 즐기는 것이 가장 가치있는 삶으로 여겨지고 있다. 여기에서 노인은 소외되는 정도를 넘어서서 마치 화분에서 시드는 꽃잎처럼 귀찮은 모습으로 전락하고 있다.

하루 해가 이미 저물었으되 노을이 아름다운 것처럼, 시드는 꽃잎이 풍기는 생명의 완성도 아름답다. 노인은 갖가지 인생의 역정을 쌓아가는 생명의 완성을 위한 가장 중요한 시간에 살고 있음으로 더욱 귀중하고 아름답다. 우리가 젊은 육체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축제의 자리에 노인의 성숙한 시간을 위한 잔치상도 마련해야 한다.
  “나이를 먹음에 따라 찾아오는 가장 큰 비애는 홀로 있는 자신을 바라보는 일이다” 이렇게 탄식한 시인이 있다. 현대 의학은 여러 가지 불치병을 정복해 나아가고 있지만, 외로움이라는 무서운 병은 고칠 수가 없다. 어떤 노인들이 앓고 있는 외로움의 병은 우리의 따사로운 마음과 손길이 치료할 수 있다. 그리고 노인들의 손길이 훈훈한 체온으로 채워질 때 외로움의 병은 사라질 것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익는 것이요, 부푸는 것이요, 새 생명의 길을 여는 것이다. 노인은 자연의 섭리이며 인생의 축복이다.

그리고 수많은 노인들은 건강한 몸과 건전한 정신을 유지하고 있다. 그들은 공동사회에 참여하여 그에 필요한 일이나 활동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소망을 갖고 있다. 이것도 우리 사회가 풀어나아가야 할 크나큰 숙제이다. 고령화 사회는 우울하거나 무기력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슬기와 노력 앞에서, 축복으로 베풀어지는 잔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노인의 손길 에서 따뜻한 체온이 발산되어 우리의 삶에 훈훈한 인정으로 흐르게 되기를 기대한다.

김 영 환<전 오현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