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도 챙기고 친목도 다지고 '일석이조'"
'생활의 기쁨'취미세계<6>태극권
명상 음악이 잔잔히 흐르고 있는 가운데 중·장년층 남·녀 20여명이 여러 갈래로 줄 지어 섰다.
무용하듯 동작을 펼친다. 다리를 어깨 넓이 만큼 벌린 후 무릎을 살짝 굽힌다. 팔을 가슴에 모아 앞으로 쭉 뻗는다. 눈을 감고 십여분 동안 자세를 유지한다.
이후 몸을 옆으로 돌리고 손날을 세운 채 일보 전진하며 한쪽 팔을 앞으로 내밀었다. 몸을 반대로 돌리고 이 팔을 뒤로 빼면서 반대쪽 팔을 뻗었다.
명상 음악에 맞춘 완만한 동작은 보는 이의 마음도 차분하게 했다. 천천히 움직였지만 얼굴에는 땀방울이 맺혔다. 마치 격렬한 운동을 하는 것 같았다.
지난 29일 오전 11시 제주시 이도2동에 위치한 태극권수련원 정무관(관장 김승현)에서 태극권을 연마하는 우슈쿵푸 동호회 ‘건강(회장 권영근)’ 회원들을 만났다.
우슈쿵푸는 중국 전통 무술을 통칭하는 말로, 그 종류만 129개에 이른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심신을 단련하는 ‘태극권’과, 격투 무술 ‘산타’가 주를 이룬다.
‘건강’동호회 회원들은 우슈쿵푸 중에서도 ‘태극권’을 주로 연마한다. 눈에 띄는 점은 회원들이 대부분 50대 이상 중·장년층 이라는 것. 70대 회원들도 있었다.
이동건(71)씨도 이날 자리를 함께 해 태극권을 수련했다. 이 씨는 2년 전 태극권을 접하고 우슈쿵푸의 매력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이 씨는 “나이가 들어 허리고 관절이고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는데, 태극권을 하고부터 눈에 띄게 호전됐다”며 “요즘은 주변에서 젊어졌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웃으며 말했다.
태극권은 느린 동작의 식(式·품새)을 익히는 무술이다. 외호흡(폐호흡)과 내호흡(단전호흡)을 병행하며 기를 함양하고 이를 식으로 조절해 몸과 마음을 단련한다.
관절염으로 고생하고 있는 중·장년층 수련생들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태극권은 대퇴직근(허벅지) 등 관절 구조를 잡아주는 근육을 강화할 수 있어 관절염 치료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치료 효과 때문에 도내 일부 보건소에서도 ‘태극권 관절염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실제 태극권 치료로 관절 건강을 되찾은 회원이 한 둘이 아니라고 한다. 회원 현순자(63·여)씨는 “내가 바로 그 증인”이라며 자신의 얘기를 꺼냈다.
현 씨는 “평소 앓던 관절염이 심해져 지난해 수술을 받았다. 재활을 하던 중 보건소에서 태극권을 추천해 시작하게 됐다”며 “동작 하나하나를 익힐 때마다 몸이 달라지더니 지금은 관절염을 앓기 전보다 상태가 좋아졌다”고 털어놨다.
현 씨가 “이래도 못 믿겠느냐”며 ‘다리 찢기’를 해보이자 체육관은 웃음바다가 됐다.
회원들은 이날 김승현 관장에 지도에 따라 24개의 식을 수련했다. 회원들 마다 나이차는 있었지만 뒤떨어지는 사람 없이 멋진 군무(群舞)를 보였다.
또 식을 마친 후 각자 빨간 부채를 꺼내 오더니 ‘태극선’을 선보였다. 태극권에 부채를 더한 이 무술은 절제된 동작에 화려함을 더했다.
동호회 막내 강성훈(55)씨는 “태극권의 모든 식을 끝마치고 나면 몸도 마음도 상쾌해 진다”며 “회원들과 한자리에 모여 함께 운동하니 건강도 챙기고, 친목도 다지고 일석이조”라고 강조했다.
‘건강’의 회원은 모두 58명. 2010년 제주보건소의 ‘태극권 관절염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모여 동호회를 만들었다. 동호회 활동은 매주 월·수·금요일 오전 11시와 오후 1시에 이뤄진다.
이들은 전국체전·도민체전 등 도내에서 열리는 우슈쿵푸 대회에서 다른 동호회들과 경연을 펼친다. ‘건강’은 지난달 24~27일까지 열린 도민체전에서 24식 1·2·3위를 석권했고, 42식 1위, 태극선 1위 등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현재 도내에는 10여개의 우슈쿵푸 동호회가 있다.
권영근 회장 인터뷰
"관절·허리통증에 효과 중·장년층에 인기"
-회원들의 연련층이 높은 이유는
우리 회원들은 50대부터 80대까지 분포돼있다. 연령층은 높은 편이지만 태극권 동작이 격하지 않아 낙오되는 사람은 없는 편이다.
태극권은 관절 뿐 아니라 허리 통증 완화에도 효과가 있어 중·장년층의 인기를 끌고 있다.
-24식의 수련기간은
회원마다 개인차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3~6개월이면 모든 동작을 익숙하게 한다. 스트레칭으로 시작해서 식을 하나하나 배워 나간다. 태극권은 한 가지 동작을 배우면 체육관이 아니더라도 집, 공원에서 연습할 수 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수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동호회 활동에 비용은 어느 정도 드는가
관절염치료 프로그램은 제주보건소에서 모든 비용을 지원한다. 또, 김승현 관장이 동호회활동 시간 동안 체육관을 무료로 빌려 주고 있기 때문에 동호회 활동에도 비용이 들지 않는다. 다만, 회원들끼리 모여 등산을 하거나, 외식을 갈 때 드는 경비를 따로 모금한다.
-회원 모집은 어떻게 하는지
제주보건소의 관절염치료 프로그램에서 시작된 동호회다보니, 이 프로그램 수강생들에게 회원가입 권유를 한다. 현재 제주보건소의 관절염치료프로그램은 4기까지 마친 상태다. 이 프로그램을 수강하지 않아도 태극권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가입할 수 있다.
나이제한은 없기 때문에, 젊은 층의 가입도 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