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도정 난맥상’ 대놓고 비판한 元 지사
감사원 감사결과 제주도정의 인사와 예산, 조직 등 ‘총체적 난맥상(亂脈相)’이 드러난 가운데 원희룡 지사가 전임 도정을 대놓고 비판했다. 직전 도지사를 거론할 정도로 비판은 신랄했다. “도정의 수장(首長)부터 공직사회 사조직을 만들고, 잘못된 편가르기와 함께 공사 원칙을 무너뜨렸다”는 것이다. 6일 열린 5월 정례직원조회를 통해서다.
발언 강도는 예상보다 셌다. 원 지사는 “어느 집단에서든 소수의 일탈자가 있을 수 있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는 일부의 일탈보다는 도정의 수장부터~”란 표현으로 우근민 전 지사를 정면 겨냥했다.
공직사회의 사조직과 편가르기로 공사(公私) 구분 원칙이 무너지고 이로 인해 인사와 예산, 인허가 모두 잘못된 고질적인 병폐로 자리잡게 됐다는 것. 원 지사는 지금 도정도 재발 가능성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며, 이 같은 병폐(病廢)를 자신의 임기 내에 완전히 뿌리뽑도록 하겠다고 천명했다.
제주도에 정식 통보된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보면 근평 조작을 비롯해 인허가 기준과 관련 자의적 해석을 통한 특혜, 위?탈법적인 보조금 지원과 예산 편성 및 집행 등이 망라되어 있다. 행정이 앞장선 ‘헬스케어타운 특혜(特惠)’ 등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원 지사가 작심하고 전임 도정을 비판하고 나선 이면엔 ‘결코 이래선 안된다’는 자기 다짐과 함께 직원들에 대한 경고의 뜻도 담겨 있다고 생각된다.
원 지사는 “정말 투명하고, 공사 구분이 명확하고, 열심히 소신껏 도민사회와 제주발전을 위해 일하는 공직사회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인사가 내부 보이지 않는 줄과 패거리에 좌지우지 안 되도록 하고, 사적 연고와 이해관계로 행정기준과 보편성을 무너뜨리는 악폐를 근절하겠다”고도 강조했다.
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다. 현 도정 하에서 이뤄진 인사 및 인허가 등이 정말 투명하고 공정하다고 과연 원희룡 지사는 자신할 수 있는가. 인사 문제만 하더라도 도청 안팎의 시각은 서로 다르다. ‘상가 관광개발사업’과 관련 공무원들의 노골적인 사업자 편들기도 지금의 도정에서 이뤄졌다.
원 지사가 천명한 목표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아집(我執)부터 벗어던져야 한다. 지금보다 더욱 폭넓은 소통(疏通)만이 제반 문제를 풀어나가는 해결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