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백수오’ 파동과 공무원연금 개혁

2015-05-04     김계춘

이엽우피소가 백수오 둔갑
애꿎은 서민 ‘하수오’피해
“먹는 걸 갖고 또 장난친 격”
 
공무원 연금 ‘용두사미  개혁’
향후 70년간 적자 보전해줘야
본말 전도된 결과에 국민 허탈

 하수오(何首烏)는 인삼, 구기자와 더불어 중국의 3대 약재(藥材)로 꼽힌다. 그 명칭에 얽힌 유래도 무척 재밌다.

 옛날 중국에 하(何)씨 성을 가진 사람이 있었는데 몸이 몹시 허약해 늙도록 장가를 못 갔다. 어느 날 우연히 야교등(夜交藤)이란 덩굴 풀의 뿌리를 달여 먹었더니 허옇던 머리가 다시 검어지고 젊음을 되찾았다. 그 후 결혼까지 해 아이를 여럿 두고 130살까지 살았다고 한다. 하 씨의 머리(首)를 까마귀(烏)처럼 검게 만들었다 하여 이후 ‘하수오’로 이름 붙여졌다는 게 전해오는 이야기다.

 최근 ‘가짜 백수오’ 파동으로 하수오 자체가 곤욕을 치르고 있지만 실은 식물분류학적으로 전혀 다른 식물이다. 하수오라 불리는 야교등(마디풀과)은 원래 국내에 자생하지 않았다. 그래서 대체 약재로 쓴 것이 약효가 동일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는 비슷한 은조롱(박주가리과)이다. 이 뿌리가 하얀색이었기 때문에 백하수오 혹은 줄여서 백수오라 불렀다. 이와 구분하기 위해 갈색이나 붉은색에 가까운 하수오에는 적하수오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약재 효과를 엄밀히 따지면 머리를 검게 하는 건 적하수오다. 그리고 하수오의 자양, 강장, 보혈과 같은 효과를 지닌 약재가 바로 백수오다. 사건은 백수오도, 하수오도 아닌 이엽우피소(異葉牛皮消)가 ‘짝퉁 백수오’로 둔갑하면서 터졌다.

 관련업체가 백수오 대신 이엽우피소를 쓴 이유는 분명하다. 생긴 것은 비슷하나 한국산 백수오의 재배기간이 2~3년인데 반해 중국서 들여와 대량 재배되는 이엽우피소는 1년 만에 수확이 가능하고 수확량도 많다. 가격 또한 3분의 1 수준으로 백수오보다 훨씬 저렴하다.

 효능(效能)이나마 비슷했더라면 이렇게 큰 문제로 번지지는 않았다. 대한한의사협회에 따르면 둘의 효능은 정반대로, 이엽우피소를 백수오의 대용(代用)으로 쓰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는 것이다. 이는 시쳇말로 ‘먹는 걸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는 뜻과도 상통한다.

 그러나 세상을 시끄럽게 만든 ‘가짜 백수오’ 파동은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비교하면 새발의 피다. 소비자가 현명하면 가짜 백수오의 경우 사먹지 않으면 그만이다. 반면에 공무원연금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부족분을 앞으로도 계속해서 국민의 혈세(血稅)로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2일 국회에서 만나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합의했다. 이 개정안은 6일 국회 본회의에서 곧 바로 처리될 예정이다.

 이번에 바뀌는 개편안의 핵심은 매달 월급에서 내는 기여율(보험료율)을 현행 7.0%에서 9.0%로 올리고 받는 돈인 지급률은 1.9%에서 1.7%로 낮추는 내용이다. 또 공적 연금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오는 2028년까지 40%로 낮추기로 돼 있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65세 이후 수령하는 연금액 비율)을 50%로 인상하기로 했다.

 여야는 향후 70년간 333조원을 절감하게 됐다고 자찬(自讚)한다. 하지만 당초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이를 1년으로 환산하면 4조 7000억원 가량으로 성공적인 절감효과는 아니다.  하루 100억원씩 투입될 공무원연금 적자 보전액을 고작 60억원 수준으로 낮출 뿐이다. 그만큼 한해 5~10조원에 달하는 적자(赤字)를 무려 70년 동안 정부 예산으로 보전해줘야 한다.

 더욱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다시 50%로 환원하려면 국민들이 내는 보험료율을 높이거나 국민연금 기금 고갈을 앞당기는 수밖에 없다. 이번 합의안을 놓고 언론이 ‘반쪽 개혁’ 혹은 ‘용두사미(龍頭蛇尾) 개혁’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서는 이유다.

 공무원이 박봉일 때는 ‘연금 특혜’가 국민들 한테도 너무나 당연시 돼왔다. 하지만 지금은 공무원 평균연봉이 우리나라 100대 대기업의 90%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국민을 임금 기준 상?중?하로 분류하면 공무원은 ‘상’이나 ‘중상’ 지점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미완(未完)으로 끝나 국민 혈세로 계속 보전해 주는 것은 ‘이엽우피소’를 먹을 수밖에 없는 서민들이 ‘백수오’를 복용하는 공무원들을 지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어느 TV에 출연했던 한 시사평론가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