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가 내려와 하늘덮개를 열면
냄새가 난다. 무슨 뜻인가? 태풍 불 때 일기예보를 들어보면, ‘960㍱의 열대성 저기압’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 것을 알 수 있다. 태풍이 생기려면 이런 저기압이 형성돼야 하지만 악취는기압이 1004㍱만 되도 우리의 코를 자극하게 된다.
사람들은 저기압에서 냄새가 가라앉아서 난다고 하는데, 필자는 반대로 고기압에서 억눌렸던 악취가 하늘덮개가 열리면서 솟구쳐 나온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바뀌면서 가벼워진 만큼 웅크렸던 냄새가 올라오는 것이다.
악취를 연구하면서 맑은 날(1020㍱)에서 기압이 내려감에 따라 악취가 발생하는 현상을 관찰해 봤다. 기압이 1004㍱이하로 떨어지면 냄새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바로 이때가 비구름이 잔뜩 끼고 비가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을 때다.
악취의 성분들은 공기보다 무겁다. 맑은 날씨에서는 하늘 덮개가 덮고 있어 활동반경이 극히 제한적이다. 1004㍱이하로 내려오면 콜라병을 땄을 때처럼 위로 솟구쳐 올라온다. 기압이 낮아진 만큼 올라와 돌아다닌다. 사람들의 코를 자극하기에 적당하다. 천사가 내려와 하늘덮개를 열어버린 것처럼 쌓였던 것들이 분출해 나와 우리의 코를 찌른다.
이제 그 시기가 다가온다. 날씨가 무더워지고 장마가 다가오면 불쾌지수도 높아지는데 악취까지 거들면 짜증나게 된다. 하물며 악취원을 주변에 두고 사는 사람들은 뭐라 말하겠는가.
하늘덮개가 열리며 나는 악취는 평소에 오염원을 잘 관리하는 길 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클린하우스·음식물 쓰레기통·퇴비장 어느 것도 예외일 수 없다.
요즘 악취를 잡으러 다닌다고 하니 누군가 필자에게 부탁한 말이 있다. “올해 여름엔 문을 활짝 열고 살 수 있게 해 줬으면 좋겠다”라고.
그렇다. 올해는 악취 대신 술 익는 구수한 냄새가 우리의 코를 자극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