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책이다 - 해녀토크 콘서트”
지난 일요일 ‘문화장터’ 마련
오조리주차장 귀퉁이에 ‘반달장’
수공예품․농산물․톳 등 판매
가장 빛난 꽃은 ‘해녀 삼촌’
한 풀이와 재미난 이야기 한마당
모두 힘합쳐 만든 뜻 깊은 ‘축제’
지난 일요일(4월26일)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 주차광장에서 제주관광공사가 주최하는 지질트레일 오픈행사가 열렸다. 그 작은 귀퉁이에는 소박한 문화장터가 열렸더랬다.
‘반달장’이란 이름의 이 장에서는 귀농 귀촌한 젊은이들이 만든 수공예품과 텃밭에서 가꾼 농산물, 삼촌들이 따다 말린 고사리·톳·무말랭이 등을 판매했다. 단연 제주 특산품들의 인기가 대단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가장 빛난 꽃들이 있었으니 바로 우리 ‘해녀 삼촌’들이었다.
필자는 반달장의 기획위원으로서 가장 제주다운 문화장터를 구상해야했다. 이에 오래 전부터 꿈꿔오던 구상을 실현하기로 했다. ‘사람이 책이다’라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제주문화의 가장 아름다운 꽃인 해녀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로 했다.
해녀들 인생 하나하나가 모두 한편의 눈물겨운 소설일 테다. 그 안에는 웃음도 있었지만 분노와 회한이 넘쳐났다.
하지만 그분들이 정기적으로 열리는 장터에 매번 참석해 콘서트를 해주시도록 설득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애초에는 현직 해녀님들에게 부탁을 드렸는데 처음에는 긍정적이었지만 그분들이 너무 바쁘고 물질 때와 시간이 겹칠 것 같아 결국 모두 거절하셨다.
그래서 마지막 희망을 품고 오조리 노인정의 해녀삼촌들을 찾아뵀는데 그곳이야말로 이야기가 넘쳐나는 신세계였다. 우리는 장터와 콘서트의 취지를 말씀드리고 이해를 구했다. 흔쾌히 “그러마”’ 하셔서 안심하던 차에 다시 한번 찾아뵈었더니 부끄러워서 못하시겠다고 완강하셨다.
필자도 쉽게 물러나는 성격은 아닌지라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다. 매일매일 찾아가서 점심을 얻어먹고 설거지를 도와드리고 부드러운 간식거리들을 사다 나르며 내부터 그분들의 인생이야기를 차곡차곡 들어 기록했다.
삼촌들이 결국 수락하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내 인생을 풀잰허문 30분 안에 다 해지크냐? 30일도 모자랄거여!”였다. 그래서 우린 힘닿는 데까지 삼촌들이 한풀이도 하시고 재미난 옛날 이야기도 하시고 역사적인 사건들의 소용돌이 속을 어떻게 헤어 나오셨는지 삶의 증언들을 듣기로 했다.
“삼촌 거기 오는 사람들신디 해녀의 노래도 가르쳐 줍써” 부탁을 드리니 “아이, 노래 못한다”고 하시면서도 한 분이 선창을 하시니 모두 우렁차게 따라 부르신다. 그분들과 지내는 시간이 정말 재미있었다. 앞으로도 제주를 찾고 반달장을 찾는 이들과 함께 나눌 이 많은 것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설레인다.
요즘 장터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어 매우 고무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삶과 소통의 장을 갈망한다는 증거일 것이다. 아마도 성공적인 ‘세화 벨롱장’을 보며 용기를 얻었으리라. 경쟁보다는 각자 색다른 개성을 가지고 연대하며 나아간다면 나쁘지 않다고 본다.
처음 반달장 운영위가 만들어질 때 우리는 성산읍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갑자기 아무 지원도 할 수 없다하기에 우리들끼리 십시일반 돈을 모았다. 그리곤 소박하게나마 시작했다.
이는 우리들이 앞으로도 문화장터로서의 개성을 지켜나가는데 큰 바탕 힘이 될 것이라 믿는다. 도움이 없었다고만은 할 수 없기도 하다. 읍에서는 반달장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오조리 주차장 일대를 정비하기위한 자금을 도에서 지원받았다. 오조리 이장님은 마을과 협의 후 흔쾌히 주차장 사용을 허가해주셨다.
오조리 해녀님들의 바쁜 일상은 오히려 심심해하시던 노인정 삼촌들에게 놀거리·일거리를 준 셈이다. 운영위에서 생기는 수익은 거의 모두 해녀삼촌들께 기부하겠다던 우리들의 자못 ‘건방진’ 생각은 사실 기부가 아니라 그분들의 봉사활동에 대한 최소한의 감사표시일 뿐임을 깨닫게 됐다.
반달장에는 ‘해녀토크콘서트’ 외에도 ‘크레용 오케스트라’라는 함께 그리는 그림과 음악이 흘러넘친다. 특별할 것도 없는, 우후죽순 생겨나는 반짝 장에, 남들 다하는 토크 콘서트에, 주름진 해녀삼촌들의 인생을 버무렸다. 새로울 것은 없으나 합치니 새로운 것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