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작은 바람은요…”

제주장애인인권포럼·국가인권위 ‘420 장애인문화제’
“활동보조서비스 확대·이동권 보장 해주세요”
평생교육센터 설치·초기 정착지원 등 요구도

2015-04-26     박수진 기자

“저는 난산으로 태어날 때부터 뇌성마비를 앓고 있습니다. 훌쩍 커버린 나를 아직까지도 부모님이 목욕을 시키고, 힘들게 챙겨주시는 모습을 보면 죄책감이 많이 들었어요.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24일 오후 제주벤처마루 앞마당에서는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대표 고현수)과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가 주최한 ‘420 장애인문화제’가 열렸다. 이날 첫 발언에 나선 임씨는 ‘작은 바람’이 있다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임씨는 “반복적인 생활에 지쳐있었던 나에게 희망이 찾아왔다”며 “정부로부터 활동보조서비스를 받게 되면서, 부모님의 짐을 덜어드릴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기뻤다”고 기억을 되새겼다.

임씨는 이어 “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 달에 138시간뿐이고, 활동보조인이 퇴근하면 역시 부모님의 손길이 필요했다”며 “활동보조서비스 시간이 확대되는 것이 나의 소박한 바람”이라고 전했다.

이승훈 장애인인권학교 강사 역시 뇌성마비를 앓고 있다. 그는 ‘이동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5년 전쯤 교통약자지원센터가 생겼지만, 차량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하루 전날 시간과 장소를 정한 뒤 예약을 해야 한다”며 “만약 예약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귀가할 수 없는 등 불편함도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또 “오후10시 이후로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며 “당일 배차가 이뤄지는 등 장애인들의 이동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발언이 끝나자 도내 중증장애인들의 5대 요구안도 발표됐다.

이들은 “제주도는 교통약자를 위한 저상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이마저도 불편하다”며 “기존 택시회사와 연계하는 등 24시간 장애인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장애인들이 교육받을 수 있는 평생교육센터를 설치하고, 장애유형별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라”며 “장애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초기정착금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