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세상과 소통하다”

제35주년 장애인의 날
자폐성 장애 화가 김현정양·어머니 홍금나씨를 만나다

2015-04-19     박수진 기자

5살 때 자폐성 장애를 판정받은 김현정(21)양.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던 현정이는 학교에서 상도 여러 번 탔고, 종이와 펜만 있으면 어디서든 그림을 그렸다. 어머니 홍금나씨는 이런 현정이의 잠재력을 계발해 주고 싶어 12살이 되던 해에 미술선생님에게 개인지도를 받도록 했다. 현정이는 그림을 그릴 때나 도자기를 만들 때는 아주 즐거워하고, 오랫동안 자리에서 앉아있는 등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현정이는 밝고 어두움과 부드럽고 거침, 짙고 옅은 게 어떤 건지 잘 인식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런 부분을 이해하고, 그림을 그릴 때 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현정이는 한 가지를 익히려면 같은 말을 100번 이상 해야하고, 행동으로 직접 보여줘야 해요. 또한 궁금한 사항이 있어도 질문을 잘 하지 못하기 때문에 딸의 마음을 하나씩 읽어가며 가르쳐야 해요. 선생님이 말을 하면 계속 따라 하고, 가끔은 소리도 질러요. 현정이를 이해해준 지도 선생님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현정이도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홍씨의 고민은 또 있었다. 현정이가 그림을 지도 받을 때 ‘교육적’인 부분에 치우치게 되면, ‘창의성’이 가려질 수 도 있고, 그렇다고 이 부분에만 집중하면 기본적인 기술을 익히는 것이 배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씨의 간절한 바람이 통한 걸까. 현정이는 수채화, 인물화 등 장르를 안 가리고 어떤 것이든 척척 그렸다.

현정이의 이름을 내 건 전시회는 벌 써 두번이나 열렸다. 첫 전시회는 지난 2011년 4월인데, 이 역시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현정이는 전시 하루 전날, 갤러리에 걸 작품을 쓰레기인 줄 알고 모두 버렸어요. 결국 그림은 찾지 못했죠. 하지만 작품사진을 찍어 놓은 게 있어 (작품을) 대체해서 선보였던 기억이 나요.”

그 후 현정이는 약 4년 만인 지난 2월 두 번째 전시를 열었다. 전시에는 현정이가 14살 때부터 그려온 인물화와 풍경화, 그리고 직접 제작한 엽서가 판매됐었다. 현정이는 두 번째 전시가 끝난 지 약 두 달 만에 20일부터 세 번째 전시를 연다. 제주시 중앙로에 위치한 갤러리카페 ‘오래된 엘피’에서 열리는 전시에서는 도자기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홍씨는 “현정이를 알리고, 작품을 판매하려고 전시회를 여는 게 아니”라며 “비장애인들에게 자폐성 장애가 어떤 건지 인식시키고, 이해시키기 위해 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정이의 꿈은 무엇일까.

홍씨는 “현재 제주한라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를 다니고 있는 현정이는 졸업 후 직업재활센터에서 일을 하면서, 자신이 만든 상품을 팔고 싶어한다”며 “그 곳에서 상품을 팔면서 전시도 열 계획”이라고 계획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