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학생 못구한 죄책감 시달려”
세월호 참사 1주년
‘파란바지 의인’ 김동수씨 인터뷰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되고 있지만, 정부의 보상 대책과 치료 지원이 미흡해 사고 유족과 생존자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사흘 앞둔 13일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의 한 카페에서 사고 생존자 김동수(51)씨를 만났다.
화물차 기사로 세월호를 탔던 김씨는 사고 때 소방호스를 몸에 묶고 학생을 포함한 승객 10여명을 구해 ‘파란 바지의 의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사고 당시 김씨는 파란 바지를 입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이 별명은 ‘자랑스러움’이 아닌 ‘부끄러움’ 이라고 한다.
김씨는 “(세월호 침몰 때)수백명이 구조되지 못한 가운데 겨우 10명을 구했을 뿐인데 ‘의인’이라고 불리게 되더라”며 “사람들이 나를 ‘의인’이라고 불렀지만 자부심 보다는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사고 이후 더 많은 학생들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트라우마’가 생겼다. 매일 밤 창문 너머 구해달라고 소리치는 학생들이 꿈에 나온 것이다. 그는 견디다 못해 지난달 자신의 몸을 자해하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했다.
김씨는 “몸과 생각이 따로 놀 정도로 매일 이상 증세를 보인다”며 “차라리 팔을 잘라버리자 라는 생각에 해선 안 될 일을 벌이고 말았다”고 당시 심정을 토로했다.
하지만 도내에는 김씨와 같은 생존자들을 치료할 시설이 마땅치 않다. 제주도는 지난 2월부터 도내 정신진료 전문 의료법인인 연강의료재단를 세월호 피해상담소로 지정했지만, 이곳은 치료 시간이 정해져 있는 등 이용이 제한적이다.
김씨는 “제주 피해상담소는 안산에 있는 트라우마치료센터와 질적으로 다르다”며 “안산 센터가 일주일 내내 이용할 수 있는 반면 도내 시설은 특정 날짜에 제한적인 시간에만 이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해양수산부 세월호 배상 및 보상지원단이 지난 6일 제주도청 제2청사에서 개최한 ‘세월호 사고 피해 보상설명회’에도 불만을 나타냈다.
김씨는 “복잡하고 제한적인 보상 대책이 과연 생존자들을 위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며 “마치 어려운 문제를 내놓고 답은 알아서 풀라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그때 사고가 자신의 가족에게 닥쳤다고 생각한다면 지금 우리(피해자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