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점 찾아가는 농부’ 이미지 전략 그대로 적중
부농의 꿈이 영근다 (8) 오재진 망고 농가
‘애플망고.’ 겉은 사과처럼 껍질이 붉고 속은 망고의 모습이다. 일반적인 노란 망고에 비해 씨가 작고 과즙이 풍부하다. 열대·아열대성 과수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따뜻한 기후를 좋아하고 생육적온은 24~27℃ 정도다. 출하 시기는 6월부터 10월까지이지만, 가온할 경우 3월부터 출하할 수 있다.
제주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애플망고는 개화기나 유과기시 온도가 5℃ 이하의 짧은 노출에도 심각한 해를 입을 수 있고 성목은 온도가 영하로 내려가면 짧은 기간을 견딜 수 있지만 어린나무는 고사하게 되므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 반면 37℃ 이상에서는 고온장해가 발생한다.
이처럼 애플망고는 키우기가 까다로운 품종이지만 출하 가격이 현재 100g에 1만원대를 보이며 3㎏ 한 박스에 3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애플망고 8년차···한해 조수입 1억5000만원
서귀포시 지역에서 애플망고를 통해 한해 조수입 1억5000만원을 올리는 젊은 농민(農民)이 있다.
그 주인공은 서귀포시 법환동 혁신도시 LH아파트 맞은편과 서호동에서 애플망고 농장 약 4000㎡(약 1200평)를 운영하고 있는 오재진(40)씨.
오씨를 지난 8일 농장에서 만났다. 오씨는 서호동 토박이다. 하지만 대학교 진학 후에 20년 동안 제주시에서 살고 있다. 학교 때문에, 직장 때문에, 결혼 그리고 자녀 교육 때문에. 그래서 오씨는 8년째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오가고 있다.
2008년부터 농사를 짓기 시작한 오씨는 결혼을 하기 전 젊은 시절에는 골프장에서 근무도 했다.
특히 박물관에서 관람객을 위한 전시회를 기획하고 작품을 수집하는 등의 업무도 하는 학예사로도 활동했다.
하지만 월평균 급여가 생각만큼 많지 않았다. 개인 여가 시간도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제주대학교 원예학과를 졸업한 그는 농사일로 눈길을 돌렸다.
오씨는 “젊은 시절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급여가 낮았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도 줄어들었다”며 “이 때문에 농사를 짓기 시작했고, 그 결과 수확 시기 등을 빼놓고는 시간적인 여유와 함께 금전적인 여유도 생겨 10살, 8살 두 아들과 함께 가족 여행을 많이 다닌다”고 말했다.
▲맛·품질 제고에 유통단계 간소화
지역 내 산물인 감귤은 보통 3단계로 나눠서 출하한다. 초벌 수확, 두벌 수확, 막물 수확. 하지만 망고의 경우 수확 시기인 3개월 여 동안 매일 수확하고 출하한다.
첫 수확은 5~10개 들이 3㎏ 박스로 설명하면 1~2박스 정도다. 출하를 시작하고 나서 한 달 정도 지나면 하루에 100박스가 넘게 나온다.
애플망고의 경우 유통기간이 상온에서 보통 5일, 냉장 보관 10일 정도여서 이때 출하 문제가 발생한다.
하루 100박스를 모두 소진하기란 여간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고정적인 판로가 없기 때문에 농가 스스로 판로를 개척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판매를 하지 못할 경우 매일 쌓여 가고 결국 상품의 애플망고를 조각조각으로 잘라 냉동고에 보관해서 주스나 아이스크림으로 갈아서 먹거나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줘야 하는 ‘울며 겨자먹는’ 일이 발생한다.
이러한 일을 막기 위해 오씨가 고안한 것이 유통단계 간소화다.
오씨는 출하시기에 맞춰 미리 도내 농수산물 판매장의 위치를 확인한다. 바쁜 시기임에도 또 제주시 동문시장 등 시장 현황을 파악한다.
이는 곧 오씨의 생존 전략인 판로 개척이다.
오씨는 수확한 애플망고를 직접 들고 도내 농수산물 판매장을 찾아다닌다. 맛과 품질이 우수한 것만을 골라서 가기 때문에 농수산물 판매장 업주들은 맛과 향, 모습을 보고 그 자리에서 구매 계약을 한다.
하지만 농수산물 판매장에서 구매하는 양도 많지는 않다. 많아야 10여 박스 내외. 이 때문에 새로운 판로를 확보하기 위해 동문시장을 향했다. 우연찮게 지인의 수산물 가게에서 맛과 향이 뛰어나다는 입소문이 났다. 실제로 맛을 본 시장 상인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맛을 본 상인들의 주문도 쇄도하기 시작했다.
오씨의 ‘판매점에 찾아가는 농부’ 전략이 들어맞은 것이다.
오씨는 “2008년 처음 시작부터 판로 확보하는 것이 문제였다. 수확을 하면 어디에다가 판매를 해야 하는지 몰랐다. 고민 고민하다가 고안한 것이 직접 발품을 파는 것”이라며 “제값을 받기 위해서는 직접 찾아가야 한다는 나름의 전략이 통했다”고 설명했다.
지금 그는 삼다명품 농산물 판매점(064-739-5422)도 운영하고 있다.
▲애플망고 키우는 기술 ‘천기(天機)’
애플망고를 제대로 키우는 비법을 물어봤다.
이에 대해 오씨는 “애플망고 기술은 천기라며 누설은 금물”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특히 그는 “망고가 해거리를 한다고 하는 데 그것을 없애고자 노력을 많이 했다. 꽃이 피어야 하는데 순이 나와 버려 이것을 꽃으로 만들어야 했다”며 “3년 여 동안 실험을 거쳐 해거리 방지 비법을 고안해 냈다. 이 농장에서 해거리는 없다”고 살짝 공개했다.
이어 오씨는 2년 전 아열대과수 난방시설 보조를 통해 제습기를 설치했다며 제습기의 모습을 보여줬다.
또 보온커텐도 보조를 받았다고 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제습기 보조기인 온풍기를 스스로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씨은 전기로 물을 50℃로 데워서 따뜻한 공기를 제습기에 공급하는 것으로 2℃를 높이는 효율을 보인다고 귀띔.
이와 함께 화분 매개충으로 사용하는 쉬파리. 오씨는 쉬파리를 수정작업을 위해 농장에 들이는데 꽃이 피기 전 2개월 전부터 농장 주변에 생선 내장 등을 내놓고 쉬파리를 불러 모은다. 그리고 생선 내장 등에 낳은 알을 농장으로 들여온다. 그러면 쉬파리가 애플망고 나무가 개화하면 수정 작업을 한다. 하지만 농장 곳곳에서 생선 썩은 냄새가 나는 점은 참아야 한다.
오씨는 “생선에서 악취가 나서 어려움이 있지만 자리젓 등을 즐겨 먹는 우리네 식성에 맞춤형”이라며 “벌 한통에 15만원정도 하는 것을 4개 정도 들여왔지만 쉬파리로 대신하면서 비용도 절감하고 있고, 벌에 쏘이는 문제도 해결했다”고 말했다.
▲유류 지원 대책 마련 절실
오씨는 애플망고를 재배하면서 조기 가온에서 중·후기 가온으로 출하시기를 늦추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조기 가온을 통해 3월~4월에 출하를 하면 높은 가격을 받아서 좋지만 유류비가 그만큼 많이 들어간다. 그래서 유류비 절감 등을 위해 시기를 변경했다.
오씨는 “처음에 유류를 7만ℓ를 사용하면서 한해 유류비만 6000만원까지 들어가기도 했다”며 “지금은 중·후기 가온으로 변경하면서 유류비가 1000만원 정도 선을 유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에서 면세유 지원에 대해 오는 7월부터 없앤다는 얘기가 있던데 그러면 유류비용은 급격하게 늘어나게 된다”며 “경유를 사용하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관련 기계도 변경해야 해서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