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과 로하스

2005-05-31     안창흡 논설위원

  의도적으로 자녀 낳기를 거부하면서 맞벌이 하는 부부를 딩크(Double incomes, No kids)족이라 부른다. 또 히피족과 여피족 출현에 이어서 부르조아의 물질적 여유와 보헤미안의 정신적 풍요를 구가하는 보보스족은 미국이라는 거대 자본국가의 새로운 상류계층을 형성하기도 했다. 요즘은 웰빙족이라는 말이 시대를 풍미하고 있다. 본인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아낌없이 투자한다는 웰빙 개념은 지난 2002년 미국 뉴욕에서 물 건너 왔다. 생활패턴의 변화에 따른 일종의 문화 코드로서 웰빙이 구가되고 있는 요즘이다. 웰빙, 직역한다면 ‘잘 존재하기’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행복, 건강, 복지, 안녕이라는 생활철학에 등을 대고 잘 먹고 잘 지내는 것으로 이해되면서 우리사회에 불어닥치고 있는 웰빙 따라잡기 바람은 가히 태풍급이라 할만하다.

  웰빙 전성기

  웰빙 예찬론자들은 스스로를 배려하는 삶의 양태로서 자신을 좀더 귀하게 가꾸는데 공을 들이는 모습을 가치척도로 삼는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의 입장에서는 너무 상업적으로 흐르고 있다고 말한다. 대기업의 웰빙 마케팅에 춤추고 있는 격이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그래서 거대 자본과 언론의 결탁에 의한 사회 가치의 전도라는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음을 본다. 사실 웰빙에 포커스를 맞춘 고가의 기획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경제침체기에서 소비활성화를 통한 내수 진작에도 웰빙바람이 지대한 공을 세웠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은 웰빙시대>라는 프로그램 타이틀에서 느낄 수 있듯이 웰빙이라는 단어를 올리지 않는 방송 프로그램이 없을 만큼 웰빙은 사회적 트렌드로서 자리를 잡고 있다. 웰빙하겠다는 의지, 그리고 웰빙 자체가 문제될 것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대유행은 자칫 이기주의를 만연시키고 심화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나’ 중심적인 웰빙이 도를 지나칠 경우 지금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상생의 정신 ‘이웃 사랑’은 나몰라라 하는 상황을 초래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소외계층은 더욱 소외되고 최근 발표된 통계치에서 보듯이 빈부격차는 더욱 심해지는 현상을 몰고 온다는 것이다.

  함께 하는 삶의 가치

  창업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흔하게 전해지는 일반적인 조언이 있었다. 우리나라가 IT강국이 된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지만 10년 전에 일본에서 히트했던 업종을 선택하라는 말이 그것이다. 그같은 따라잡기가 예상을 깨고 적중해 크게 성공한 사례도 종종 언론에 보도되곤 했다. 생활문화, 생활패턴 따라하기도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90년대 말부터 미국에 불어닥쳤던 웰빙바람이 지금 우리나라를 강타하고 있는 것을 보면. 물론 우리 국민성이 자연친화적인 면과 부합되면서 웰빙주의는 확산일로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미국에서는 웰빙의 단계를 지나 로하스족이 급증하는 추세에 있다는 소식이다.

로하스(LOHAS=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 ability)족. 몸과 마음의 건강은 물론 지속가능한 성장성을 추구하는 이들을 가리킨다. 이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00년 미국 뉴욕의 내추럴마케팅연구소라고 한다. 웰빙이라는 개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전 국민의 행복을 함께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범사회적 웰빙인 셈이다. 단지 ‘나 자신’, 본인 중심의 웰빙 열풍과 차원을 달리해 ‘함께 행복 추구’의 의미가 강하다. 사회전체적 가치를 중시한다. 일회용품 줄이기, 프린트 카트리지 재활용, 불우이웃 돌보기 등 전사회적인 참여운동을 병행하는 삶의 패턴을 적극 실천해 나가는 것이다. 애써 배워 실천할만한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상생의 자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