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에 그치는 '농촌사랑'

2005-05-30     제주타임스

1.

농촌을 살리자’는 운동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왜 농촌 살리기인가.
 우리 나라는 원래 농업국가였고 1960년대 이후 산업화 과정에서도 농업·농촌은 국가 경제 발전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90년대 들어 농산물 수입 개방이 확대되고 농촌지역의 급격한 인구감소와 이에 따른 지역경제의 침체로 농촌이 큰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이제 농업·농촌 문제는 농민들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국가적 과제가 되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농업계 자체의 노력 뿐 아니라 국민의 관심과 성원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그러나 농촌 살리기 운동이 그 구호의 거창함에 비해 얼마나 성과를 거두고 있는 지는 의문이다.

 실례로 농업·농촌 활력화를 꾀하기 위해 도입된 ‘팜 스테이(Farm-stay)’ 사업이 겉돌고 있음은 농촌 살리기 운동이 얼마나 허구인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할 것이다.
 특히 팜 스테이 사업이 주5일 근무제와 웰빙 바람과 맞물려 크게 성행하고 있는 ‘그린 투어리즘(Green Tourism, 녹색관광)’의 대표적 형태라는 점에서 우려되는 바 크다. 

2.

 알다시피 그린 투어리즘은 농촌의 자연경관과 전통문화, 생활과 산업을 매개로 도시민과 농촌주민 간의 교류형태로 추진되는 체류형 여가활동을 말한다.
 최근 그린 투어리즘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주5일 근무제의 확산으로 도시민들의 여가시간이 늘어나고, 농촌에서는 수입 개방 등으로 경제활동이 어려움에 직면해 있어 농외소득에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그린 투어리즘을 통해 도시민은 여유있는 휴식 휴양공간, 새로운 체험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농촌주민들은 농산물 판매(1차산업), 가공사업(2차산업), 숙박 음식물서비스(3차산업) 등 소득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유용한 농촌개발의 정책수단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농협이 운영마을을 선정하는 팜 스테이는 기존의 단순한 농촌민박과는 달리 농가에서 숙박하면서 영농 및 농촌문화 체험을 하고 계절별로 개최되는 지역축제에 참여할 수 있는 농촌과 문화관광을 결합시킨 프로그램으로, 그린 투어리즘의 핵심이라 하겠다.

 3.     

 도내에서는 2003년 서귀포시 상예 2동(14농가), 2004년 성산읍 신풍리(15농가) 등 2개 마을이 팜 스테이 마을로 선정됐지만 체험 프로그램이 없고 도시 고객층을 연결할 만한 네트워크도 없어 고객이 거의 없는 등 운영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한다.
 또 계절별 테마체험 프로그램이 없는 탓에 고객이 여름철 한때에만 몰려 단순 민박과 별반 다를 바 없이 운영되고 있다는 것.

 그런데도 농협은 선정만 해 놓고 운영을 활성화할 별다른 후속대책을 내 놓지 않고 있다니 정말 무책임한 일이다. 농협이 무엇을 하는 덴가. 농촌이 피폐해지면 농협도 함께 쇠락하고 농민이 없으면 농협의 존재 이유도 사라지고 만다. 농협이 농촌사랑 운동을 편다면서 팜 스테이 마을 하나 살리지 못한다면 그게 무슨 사랑인가.

 팜 스테이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으면 그린 투어리즘도 타격을 받는다.
그린 투어리즘이 우리의 여행, 레저 문화의 중심 축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팜 스테이 사업은 마을을 선정하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각종 시설 등 하드와 프로그램 개발이나 네트워크 연결 등 소프트웨어가 하모니를 이룰 때 비로소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