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런 곰팡이 장판 걷어내고 희망 보금자리 만들죠”

‘동행 함께하는 제주’··· 제주희망봉사단

2015-03-24     김동은 기자

“1만원이라는 돈은 작지만 ‘큰’ 돈일 수 있습니다. 작은 정성이라도 모이면 큰 사랑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제주의 낮은 곳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나눌 것입니다.”

지난 15일 오전 9시 제주시 용담1동의 한 기초생활수급자 가정. 이른 아침부터 ‘뚝딱뚝딱’ 망치 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페인트 냄새도 가득했다.

이날은 제주희망봉사단(단장 이민철)이 도내 소외계층 가정을 방문,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집수리 봉사 활동을 펼치는 날이었다.

해당 가정은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가 혼자 사는 곳으로, 곰팡이가 방안 가득 낡은 벽지에 피어 있는 등 주거 환경이 매우 취약한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10여 명의 회원들은 도배는 물론 외관 페인트칠, 싱크대 교체 등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한 봉사 활동에 여념이 없었다.

회원들은 곰팡이가 피어 누렇게 변한 벽지를 뜯어내고, 얼룩이 진 장판을 걷어낸 뒤 새 것으로 교체했는데 손놀림은 전문가 못지않게 능숙했다.

언제 그랬냐는 듯 지저분했던 집은 회원들의 손길이 닿자 금세 새 집으로 재탄생했다. 어수선했던 집의 물건들도 깔끔하게 정리 정돈됐다.

집수리 봉사 활동을 마친 회원들의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번졌다. 깨끗해진 집을 보면서 할머니도 오랜만에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한 회원은 “깨끗해진 집을 보니 마음도 같이 깨끗해진 느낌”이라며 “할머니께서 편안하게 잠자리에 드실 모습을 생각하니 미소가 절로 나온다”고 말했다.

2002년 출범한 제주희망봉사단은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구성, 현재 100여 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회원들은 도내 소외계층을 위한 집수리 봉사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오면서 주거 환경 개선 은 물론 복지 향상에도 기여, 지역사회에 귀감이 되고 있다.

회원들은 집수리 뿐만 아니라 장애인과 노인들의 나들이를 함께하는가 하면 손수 마련한 밑반찬을 전달하는 등 봉사 활동을 통해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처음엔 그토록 어색하고 낯설었던 봉사 활동이 이제는 자연스럽고 익숙한 것으로 변했다고 회원들은 얘기했다. 서툴렀던 손놀림도 시간이 지나자 빨라졌다.

이민철 단장은 “봉사 활동을 1년만 하다 보면 이제는 자기 집은 알아서 수리할 수 있을 정도가 된다”며 “봉사도 하고, 기술도 배워가는 셈”이라며 활짝 웃어 보였다.

특히 회원들은 함께 무언가를 하고, 또 그걸 아이들이 배우는 걸 볼 때면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이날 회원 자녀들이 함께 봉사에 나서 훈훈함을 자아냈다.

회원들은 매월 1만원씩 회비를 모아 봉사 활동에 나서고 있으며, 보이지 않는 손길 또한 봉사단에서 빼놓을 수 없는 숨은 공신이다.

각 회원이 ‘1만원’이라는 돈을 기부하고 자신이 가진 재능과 기술을 공유하면서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집을 수리해주는 일종의 재능 기부인 셈이다.

회원들은 매월 셋째 주 일요일 마다 집수리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국가로부터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을 도와주자는 게 봉사단의 철칙이다.

한 번은 그런 일도 있었다. 회원들이 집수리를 하고 나서 새 집처럼 깨끗해지자 주인이 바로 집세를 올려버린 것이다.

소외계층 가구 대부분이 집세를 내면서 살고 있는 만큼 그 사건 이후로 집 주인에게 세를 올리지 말라는 부탁을 한 뒤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했다.

집수리 봉사 활동이 끝나고 나면 어르신들은 텃밭에서 가꾼 채소를 주는가 하면 꼬깃꼬깃 접어둔 지폐를 건네려고 하는 등 연신 고마움을 표시한다고.

또 한 어르신은 서툴지만 정성껏 한 글자씩 적어나간 글씨로 적은 편지를 써서 보내오기도 한다. 어떤 식으로든 고마움을 표현하려는 그들의 모습이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고 했다.

이 단장은 “우리에게 있어 1만원이라는 돈은 작지만 모이면 ‘큰’ 돈일 수 있다”며 “‘1만원의 기적’을 회원 모두가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단장은 이어 “1만원을 기부한다고 해서 봉사하는 사람들의 나눔의 정도가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며 “이를 통해 봉사단 전통의 맥을 이어올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