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 테마로 한 ‘치유·힐링 관광자원’ 가능

강순석 박사의 제주지질 이야기
⑧오름공원

2015-03-15     제주매일

“오름은 선(線)이다. 이 선은 경망스럽지 않다. 유연하고 아늑하다. 어머니 품이기도 하고 풋풋한 여인의 젖가슴 같은 섹시미도 있다. 그 선을 타고 넘는 바람을 견디기 위해 납작 엎드린 초가 역시 오름의 선을 닮았다.” 어느 중앙지 제주 주재기자가 오름에 대하여 쓴 에세이의 한 구절이다.

종종 기자들이나 글 솜씨가 좋은 ‘글쟁이’들이 쓴 글을 훔쳐보곤 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궁금한 것은 그들이 바라보는 제주 자연에 대한 이미지다. 도대체 그들의 눈에는 오름이 어떻게 비춰지고 있을까하는 것이다.

전공자인 내 눈에는 오름이 화산지질학적으로만 보이니까 객관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생각도 항상 열등감처럼 갖고 있다. 이 글을 보면 역시 “오름은 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름은 한라산과 더불어 제주 경관을 형성하고 있는 상징적인 자원임에 틀림없다는 생각도 가져본다.

특히 중산간이라고 부르는 한라산 자락의 초지대는 용암 평원으로 매우 평평한 지대에 속한다. 이 곳에 특징적인 선을 만드는 것이 바로 오름의 능선이다. 이 제주의 대표 경관인 오름의 선을 따라 걸으면서 제주의 속살을 느낄 수 있는 자연스러운 관광자원을 개발하여 외국인들에게 제주를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코스를 제공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다.

제주도가 자랑하고 있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의 테마는 ‘화산’이며 그 대상과 자원은 바로 다름 아닌 ‘오름’이다. 그러나 오름은 잘 알다시피 자연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실정이다. 오름은 형태적으로는 하나의 산체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애시 당초 개발의 대상에서 제외되어 다행히 잘 보존되어 온 것이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오름의 산 위에서는 건축물을 짓던가하는 개발행위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렇다. 당초부터 경관1등급이나 절대보전지역으로 분류되어 대부분의 오름에서는 개발행위가 불가능하다. 중산간 개발을 시작하면서 만든 제도이다.

지도에서 보면 오름은 마치 환경섬과 같이 고립되어 있다. 지도에서 오름은 동그라미 모양으로 중산간 지대에 옹기종기 모여 있거나 밀집되어 있는 형태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오름의 몸체에서만 개발행위가 제한될 뿐, 오름과 오름 사이의 초지대는 개발이 가능한 곳으로서, 이곳이 개발과 투자의 적지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곳의 일부 지역에서 숲이 울창한 곳들이 있어 마치 버려진 땅과 같이 취급되던 곳은 현재 곶자왈이라는 생태곳간으로 알려져 부랴부랴 보존조치가 취해지고 있기도 하다. 현재 웬만한 오름들 사이의 평탄한 초지대에 가보면 여지없이 골프장이 들어서 있거나 대규모 관광시설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주인공인 오름에 대한 관광자원으로서의 활용은 제한적인 게 사실이다. 중산간지대에는 경관적으로 뛰어나고 조망점인 오름군락이 형성되어 있으나 현재는 개별적으로 하나의 오름을 목표로 삼아 가벼운 등산을 하는 형태의 트레킹만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라산 동부 중산간지대에 해당되는 송당리 주변의 오름 군락지는 반경 10여㎞ 이내에 수십개의 오름들이 용암 평원 위에 오밀조밀하게 분포되어 있어 아름다운 화산경관을 걸으면서 만끽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송당마을 주변에 분포되어 있는 오름들을 서로 연결해 보자. 돝오름-다랑쉬오름-용눈이오름-손지오름-동거미오름-좌보미오름-백약이오름을 잇는 오름트레킹 코스가 완성된다. 단지 오름과 이웃한 오름을 잇는 자연스러운 오름길만 연결시켜 주면 된다. 어떠한 공사도 필요하지 않다. 오름군 사이의 용암평원인 초지대를 자연그대로 유지하면서 코스를 만들면 된다. 오름들을 서로 연결하여 그 속에서 캠핑과 트레킹이 가능한 대규모의 자연 공원을 ‘화산’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만드는 것이다.

제주에서 가장 대표적인 지질유산인 오름을 세계적으로 부각시키기 위하여 오름 군락지에 종합적인 오름 공원을 국제규모의 관광지로 만들면 어떨까. 이것은 제주의 자연 자원을 상징하는 오름을 잇는 제주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치유와 힐링의 관광자원으로 활용될 것이다. 더욱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과 연계시켜 지속가능한 발전과 관광을 접목시키고 유네스코 유산관광의 롤모델로 발전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세계자원유산에 걸맞게 활용돼야

 

오름에 대한 조사는 1997년에 제주도청에서 발간한 ‘제주의 오름’이 선도적이었다. 당시 제주에는 김종철 선생의 ‘오름 나그네’ 3권이 출간되어 도민들 사이에 오름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가고 오름동호회가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하던 때였다.

일반인들이 김종철 선생의 오름책을 읽고 오름에 오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지금 수많은 오름동호회와 주말마다 오름에 가보면 끝없이 이어지는 행렬을 쉽게 볼 수 있다. 1997년 초에 제주도청에서 1년간의 계획으로 오름 조사를 하게 된 이유는 기본적으로 오름에 대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도대체 오름이란 무엇인가, 오름은 몇 개인가, 어떤 특징이 있는가를 포함하는 아주 기초적인 전수조사를 시행했던 것이다.

그러나 막상 지도와 사진기를 들고 오름을 오르고 정상에 서서 주변 중산간의 들판을 바라본 순간 모두는 이 일이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오름 위에 부는 바람 사이로 원초적인 제주의 모습과 냄새를 맡게 된 것이다.

이 조사팀에 합류한 필자는 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오름은 근본적인 생성 원인이 화산활동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설명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기에 오름이 작지만 화산(火山)이라는 사실을 반드시 도민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오름나그네는 오름을 처음으로 올라서 조사하고 오름에 피어나는 다양한 야생화를 소개함은 물론 오름의 어원을 비롯하여 역사를 비교적 상세히 안내하는 일종의 훌륭한 답사기였다. 이 답사기에 더하여 오름의 화산지질 가이드북을 만들고 싶었던 게 개인적인 생각이었다. 이 책에서 전수 조사한 결과가 제주에는 368개의 오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비롯하여 오름의 지질학적 정의나 제원과 같은 기본적인 측정자료가 수록됐다.

오름의 면적은 101㎢에 이른다. 이 면적은 1:5000 축적의 상세한 지형도 상에서 현장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하여 구적계로 면적을 산정한 것이다. 그 후 제주도청에서는 2007년에 ‘오름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훼손된 오름과 탐방객이 많은 오름에 대하여 탐방로 시설, 안내 표지판, 데크 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을 시행한 바 있다.

또한 2008년에는 물찻오름과 도너리오름에 대하여 ‘오름 자연 휴식년제’를 도입하여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이는 실제적으로 훼손에 취약한 오름에 대하여 일반인의 출입을 금지하는 것이다. 2011년부터 오름 랜드마크로 다랑쉬오름과 노꼬메오름을 선정하여 오름 입구에 탐방안내소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제는 오름을 공개념으로 관리하고 세계자연유산에 걸맞은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