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탐구·문화 인성교육이 있어 즐거운 학교
[시즌 1] 작지만 행복한 우리학교
<6>광양초등학교
도내 최강의 핸드볼부와, 짧은 역사에도 4회째 정기연주회를 열며 학생들의 감성을 키워주는 관악부가 있는 광양초등학교. 학생 수가 줄면서 '대(大) 광양초' 시절의 영광은 희미해졌지만 교사들은 오히려 작은 학교가 되면서 학생 한 명 한 명에 더 큰 관심을 주기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여기에 학교 일이라면 열일 제치고 달려드는 선배와 학부모들의 열정을 발판삼아 광양초는 다시 학부모들의 관심을 받는 학교, 대외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는 학교로 성장하고 있다.
■ 멜로디의 힘
광양초 학생들은 인성이 훌륭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웃음이 많고 인사성이 밝아서다. 양인자 교장은 “직원들은 물론 학교를 방문한 손님들도 학생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며 “지난 기간 몰입해 온 인성 교육이 결실을 맺고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광양초는 2011~2014년 교육과학기술부·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지정 창의·인성교육모델학교로 선정됐다. 이 기간 관악캠프, 창의 탐구의 날,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문화의 날, 1인 1주제 창의탐구대회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 교육활동 우수 사례에 선정되기도 했다. 창의·인성교육모델 학교 지정 기간은 지난달 28일부로 끝이 났지만 광양초는 학부모들의 의견과 교사들의 적극적인 의지를 반영해 일부 프로그램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음악 교육이다.
지난해 광양초는 ‘1학생 1악기 연주’ 예술 체험활동을 운영했다. 매주 수요일에는 ‘아침을 여는 하모니’ 프로그램을 통해 그동안 연습한 악기를 교실에서 다함께 연주해보는 시간도 가졌다. 틈틈이 장애시설을 방문해 재능 기부 연주회를 열기도 했다.
지난 7월 열렸던 ‘한 여름밤의 음악회’는 광양초 가족들에게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이날 연주회는 학생들과 지역주민, 학부모가 참석한 가운데 각 학년별 동아리 발표회, 학부모 중창, 관악부 공연, 전교생 연합연주 등이 펼쳐졌다.
변온생 광양초 교사는 “늦은 오후 푸른 잔디가 깔린 운동장에 지역 주민들과 학부모들이 한가득 돗자리를 깔고 앉아 아이들의 공연을 지켜봤다”며 “그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고 호응도 엄청났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김근미 2014년도 광양초 학부모회장도 그때를 떠올리며 “공연을 지켜본 학부모들은 한 여름밤의 음악회가 이번 한 번으로 그치지 말고 2회, 3회 계속 이어가자는 다짐을 몇 번이나 했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양인자 교장은 “음악 교육은 아이들의 감성을 풍부하게 만들어 인성을 신장시킨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음악교육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가는 관악부
2007년 창단돼 올해로 운영 8년째를 맞는 광양초 관악부는 학생들의 뜨거운 열정을 발판으로 각종 대회에서 실력을 뽐내며 성장세를 인정받고 있다.
창단 첫 해 제5회 초등학교합주경연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은 뒤 초등학교합주경연대회 최우수 및 우수상, U-13 국제관악경연대회 은상, 대한민국관악경연대회 은상 등 다수의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왔다. 정기 연주회도 지난해로 4회째를 맞았다.
지난 6일, 방과후 약속한 시간이 되자 학생들이 자신의 키만한 악기를 들고 하나 둘 관악부실로 모여들었다. 무거운 악기 때문에 낑낑거리는 아이부터 신입부원을 다독이는 아이들까지 다양한 재잘거림이 하나의 정겨움을 만들어냈다. “조율은 잘 됐어?”라며 주변 친구의 악기 상태를 체크하는 친구들의 모습에서는 제법 전문가다운 느낌이 풍겨왔다.
관악부 지도를 맡고 있는 김가현 교사는 “중심을 잡아주던 6학년 학생들이 졸업을 하면서 올해는 부 목표 인원을 40명으로 잡을 정도로 걱정이 많았다”며 “그런데 올해 3학년으로 올라온 학생들이 관악부에 대거 들어오면서 56명의 부원이 갖춰졌다. 아이들도 음악의 즐거움을 알아가는 것 같다” 고 함박웃음을 지어보였다.
■ '중년의 역사' 맞은 광양초 핸드볼부
광양초의 교기는 핸드볼이다. 도내 초등 핸드볼팀은 광양초와 서귀중앙초 두 팀 뿐이다. 45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광양초 핸드볼부는 각종 대회에서 우승과 준우승 등을 거머쥐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학교 복도 진열함에 길게 줄을 선 금빛 트로피들이 그 위상을 보여준다.
광양초는 학교스포츠클럽을 통해 학생들이 교기인 핸드볼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고, 교내 핸드볼대회를 열어 우수 핸드볼 선수를 발굴해오고 있다.
현재 광양초 핸드볼부원은 모두 9명. 학원을 오가는 바쁜 와중에도 평일 방과후와 주말이면 핸드볼 부원들은 빠짐없이 체육관을 찾아 훈련에 매진한다. 최근에는 광양초 53회 졸업생 김민규씨와 54회 졸업생 김준형씨가 핸드볼 국가대표로 선정되면서 핸드볼부는 더욱 힘을 얻고 있다. 6학년 고대연 학생과 김민욱 학생은 최근 전국에서 20명에게만 기회가 주어지는 핸드볼 꿈나무 국가대표로 발탁되기도 했다.
이 같은 좋은 성적 뒤에는 감독, 코치, 학생들의 노력과 이를 뒷받침해주는 핸드볼부 선배들의 적극적인 응원이 있었다. 36회 졸업생이자 재학 당시 광양초 핸드볼부원이었던 고병균씨는 훈련을 돕기 위해 얼마 전부터 학교를 찾고 있다. 고씨는 “골키퍼 훈련을 도와달라는 감독의 부탁을 받고 후배들을 위해 재능기부 형식으로 시간을 내 돕고 있다”며 “전체적인 경기 분위기와 선수들의 기량이 점점 나아지고 있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훈련을 받는 학생들 사이에서 키와 실력이 남다른 몇몇 학생이 눈에 띄었다. 광양초 졸업생들이다. 광양초 핸드볼부원들은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자발적으로 학교를 찾아 후배들의 훈련을 돕는다. 후배들이 문제점을 알아낼 수 있도록 상대팀 역할을 맡아 실제 시합을 방불케 할 정도로 진지하게 경기에 몰입한다. 광양초 핸드볼부가 좋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이다.
■ 부활을 꿈꾸며
1951년 개교한 광양초는 1980년대만 하더라도 62학급에 학급당 65명의 학생들이 있었다. ‘대(大) 광양초’라고 불리던 시절이었다. 교실에 자리가 없어 오후반까지 운영했을 정도다. 하지만 인근에 인화초, 삼성초, 도남초 등이 들어서고 거주민이 감소하면서 올해 전교생 수가 297명까지 줄었다. 그러나 광양초 가족들은 학생 수가 적어 학생 한 명 한 명에 더 큰 사랑과 관심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학부모들도 학교 살리기에 많은 노력을 펴고 있다. 지난해 학부모회는 학부모가 즐거워야 학교가 산다는 인식하에 오름 오르기, 천연 비누 만들기, 고추장 만들기 등 아이들과 함께 많은 체험학습을 다니고, 광양초의 장점을 홍보하기 위해 지역축제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김근미 전 학부모회장은 “학생 수 늘리는 방법을 찾아 주민 센터와 교육의원실로 동분서주했다”며 “학교는 학생과 주민, 교사가 하나 될 때 비로소 발전할 수 있는 만큼 모두의 관심이 학교와 아이들에게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부터는 거주지와 관계없이 학생 수 1000명 이상인 학교에서는 누구든 도심 공동화 학교로 전학 올 수 있게 됐다. 광양초를 비롯해 학생 수 감소 학교들의 기대도 한층 커졌다.
양인자 교장은 “학생들이 학교를 떠올렸을 때 ‘오고 싶은 즐거운 곳’이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올해도 질 높은 교육을 위해 분주히 뛰어다니겠다”며 함박웃음과 함께, 광양초의 성장을 계속 지켜봐달라는 당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