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나라

2005-05-26     제주타임스

도깨비는 무시무시한 느낌보다는 어딘가 어수룩한 느낌을 준다. 도깨비를 허주(虛主) ·독각귀(獨脚鬼)라고도 한다. 음허기(陰虛氣)로서 원시 신앙적인 귀신사상에 의하여 형성된 잡신이지만, 음귀(陰鬼)로서 한 맺힌 다른 귀신과는 다르다.
도깨비는 사람이 죽은 뒤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쓰다가 버린 물건에서 생성된다고 한다. 헌 빗자루 ·짚신·부지깽이 등의 오래된 가구들이 밤이 되면 도깨비가 되어 나타난다.

 이 귀신은 다른 귀신과 다르게 장난기가 심하여 사람을 현혹하고 희롱한다. 우리민담에 전해오는 다른 한 맺힌 귀신들과 달리 사람들의 속임수에 넘어가서 보물을 주고 혹을 떼어가기도 했다. 이런 친근하고 우스꽝스런 캐릭터를 이용하여 전국 최초로 ‘도깨비공원’ 이 개장되었다. 도깨비의 성질대로 돌·나무· 폐품 등을 이용하여  만든 이 도깨비들은 귀여우면서도 깜찍하고 엉뚱한 모습으로 ‘도깨비공원’을 찾는 이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포크레인 모양을 갖추고 퉁방울눈의 귀여운 형태의 ‘땅끄기록관’은 공원을 만드는 과정을 기록한 영상 기록관이다. ‘이뽀 디자인 체험관’은 관람객들이 직접 벽면에 도깨비를 그려 넣을 수 있게 되어 있다. 다양한 캐릭터의 도깨비들이 있으며 공원에 전시된 이 도깨비들은 밤이 되면 건축물의 눈과 주위에 설치된 조명의 빛을 조절해  도깨비를 생동감 있게 연출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또한 도깨비를 주제로 한 영상과 음악에 맞춰 건축물과 조형들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조작도 된다.

 무엇보다도 이 공원을 소수의 인원이 기업체 도움 없이 제작하였다는 데에는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다. 공원 안에는 2300여 점의 다양한 도깨비들이 관람객들을 즐겁게 하고 있는데 제주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이기후 교수와 제자들이 피땀 나는 7년의 노력 끝에 완성했다고 한다. 이기후(52. 도깨비공원 대표) 이광진(45. 자문교수) 교수와 제자인 박치완(28. 대학원 현장소장), 현재범(31. 시간강사, 영상실장), 김애정(27. 4학년. 팀장)씨 등 9명이 주역이 되어 각고의 노력 끝에 이런 훌륭한 ‘테마파크’가 탄생된 것이다.

이들이 처음 6000여평의 허허벌판을 마주했을 때의 심정은 짐작이 간다. 7년 동안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좌절도 했을 거고 아픔도 많았을 것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말은 이런 경우에 적절할 것이다.
 우리 지역 사회의 모든 기관과 사회구성원들이 이들에게 격려하고 관심을 보여서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만들어 젊은이들에게 희망의 표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도깨비공원’을 찾는 도 내외의 관람객들은 도깨비의 다양한 디자인을 보면서 산업디자인학과를 다시 보게 됨은 당연하다. 이런 전문가 정신이 있는 한 제주대학교의 산업디자인학과는 졸업 후 실업자가 없는 명문학과가 될 것이다.
 노력하고 도전하는 교수와 학생들이 많아질 때 대학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다. 신입생 감소 등으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지방대학들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의 바람 속에서 이들의 업적을 보면서 제주대학교의 무한한 발전가능성을 보는 것 같다. 

 제주대학교에서 이들처럼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성공사례가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창의적이며 행동하는 인재양산, 그것이 제주대학교가 도민에게 사랑 받으면서 지방명문대학교로 발전해 나가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강 병 철<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