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한 곶자왈 매입사업…도덕성 논란도
[심층진단] 제주도 공기업의 현주소
<6>곶자왈 공유화재단
제주의 허파인 곶자왈을 개발 위기에서 보호하고, 자발적인 기부·기증 운동을 통해 삶의 질 향상과 가치 있는 자연을 보호하기 위한 곶자왈공유화운동이 행정당국의 무관심과 재단의 안일한 운영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제주의 곶자왈을 개발 위기에서 지키기 위해 2007년 출범한 곶자왈공유화재단은 출범 초기 ‘곶자왈한평사기 범도민추지위원회’를 구성, 제주 곶자왈에 관심을 유도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재단은 ‘곶자왈 한 평 사기 운동’을 세계적인 환경보전 공공신탁 모델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하면서 오는 2016년까지 사유곶자왈 200만평(661만1570㎡) 매입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곶자왈 매입 사업은 당초 목표에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행정당국의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 공허해진 곶자왈 매입 10개년
곶자왈매입 10개년 계획에 따르면 우선 2007년부터 2009년(1단계·확산기)까지 사업 기간 동안 90만평(년·30만평)을 매입하고, 2010년부터 2012년(2단계·안정기)까지 50만평(년·16만700평), 그리고 2013년부터 2016년(3단계·재도약기)까지 60만평(년·15만평)을 매입키로 했다. 이를 위한 모금액은 360억원이다.
재단은 곶자왈공유화운동 기금 모금 참가자들에게 ▲기금 모금에 따른 신탁증서 교부 ▲기금 모금액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 ▲곶자왈 공유화 운동 관련 각종 홍보행사 참여 및 홍보물 배부 등의 특전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재단 출범 8년여가 흐른 지금 재단이 매입한 토지는 당초 목표에 7.8%인 15만7708평(52만1349㎡)에 그치고 있으며, 목표 모금액도 10% 수준인 37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단의 연도별 모금액을 살펴보면 출범 첫해이던 2007년 단체 및 기업(3742만원), 개인(2251만원), 출연금(2억4014만원) 등 약 3억원을 모금했다. 이후 2008년 6억원, 2009년 2억200만원, 2010년 1억5000만원, 2011년 4억9600만원, 2012년 8억9400만원, 2013년 5억1200만원, 지난해 5억3300만원 등이다.
■ 행정·민간서 활발…재단 역할에 ‘물음표’
재단의 곶자왈 매입 작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이지만 이와 반대로 행정당국과 민간차원의 곶자왈 매입 사업은 활발히 진행되면서 재단의 역할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1월 국비(산림청) 60억원을 투입, 선흘·한경 및 안덕·상창 지역을 중심으로 곶자왈 60ha를 매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09년부터 시작된 제주도의 곶자왈 매수사업은 오는 2023년까지 1187억원을 투입해 사유곶자왈 950ha를 매수할 계획으로, 지난해까지 288억원이 투입돼 모두 377ha의 곶자왈을 매수했다.
민간차원의 자발적 곶자왈 매입사업도 활발하다.
사단법인 곶자왈사람들(상임대표 김효철)은 지난해 ‘곶자왈 국민신탁 1호 부지’매입을 위한 기금 모금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 캠페인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을 통해 곶자왈을 매입, 영구보존하기 위한 것으로 1차 목표로 3000만원 모금운동을 펼쳤다.
이 단체는 곶자왈 국민신탁 부지 1호 매입을 위한 기금 마련을 위해 제주도민들에게 홍보, 곶자왈국민신탁운동에 대한 홍보와 약정서 및 곶자왈기금저금통을 배부했으며, 예비사회적기업의 수익금 적립 방식 등을 통해 곶자왈 매입기금을 마련하고 있다.
이들 역시 재단과 마찬가지로 기금 기탁에 참여한 사람에게 ‘기탁 신탁증’을 발급하고, 모금에 참여한 사람은 곶자왈 매입지 기념비에 이름이 기록할 예정이다.
또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자산에 관한 국민신탁법'에 따라 기부금 전액은 소득과세표에서 100% 공제혜택이 부여된다.
■ 관용차 RV서 승용차로 ‘임의 변경’ 제보도
최근에는 재단에 지원된 차량 사유화, 재단회계 문제, 상임이사와 감사를 이사장 측근으로 기용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감사위원회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곶자왈공유화재단 이사장에 대한 진정서가 제주도감사위원회에 접수됐다. 감사위는 이를 제주도환경자산보전과로 이첩, 관련 사실 확인에 나섰다.
조사결과 제주도에서 조사연구를 위해 지원한 기존 4륜 구동 차량을 이사장의 요구로 대형 세단(그랜져)으로 변경한 사실이 확인됐고, 재단 회계비리의 경우 관련 정황이 포착되지는 않았지만, 일부 회계증빙서류 등의 작성에 미숙한 점이 발견되면서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특히 재단 상임이사의 경우 환경부 산하 모 기관에 재직하면서 재단에서 인건비성 수당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구체적인 자격요건을 정해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재단측은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며 확답을 피했다.
감사위는 이에 따라 재단 정관내용 중 상임이사에 대한 구체적인 자격기준을 마련하고, 민간위탁금 및 운영비 지원금에 대한 제증빙 서류 작성 및 관리에 철저를 기해 줄 것을 제주도에 요청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사건의 조사를 맡은 제주도가 이 같은 사실을 축소·은폐 하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적잖은 논란이 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관용차를 개인용도로 사용하면서 감사위에 지적을 받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크게 문제될 사항은 아니다. 구두로 주의를 주는 선에서 마무리 했다”고 말했다.
전 도민적 관심 속에서 태동한 재단 운영의 문제는 비정상적인 인력구조도 문제로 지적됐다. 재단은 이사장과 상임이사, 그리고 도내 학계, 언론계 및 정·재계인사 23명이 참여하는 이사진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실제 재단의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사무국장과 관리직원, 해설사 등 8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들은 재단의 재무, 교육, 매입사업, 업무협약 등 사실상 모든 업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정규직은 단 한명도 없다.
이들은 1년 혹은 2년 단위로 재계약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업무와 관련, 문제가 발생할 경우 거취 문제 등으로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제주도는 지난해 생태체험관 운영을 위한 민간위탁금 2억5400만원과 재단 운영비 3000만원 등 2억8400만원을 지원하고 있지만, 직원 채용문제는 “재단에서 알아서 해야 할 일”이라며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재단 운영과 관련, 도내 환경단체 관계자는 “재단이 곶자왈 매입의 범도민적 민간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출범했지만 적극적인 모금을 하지 못해 지금까지 사업추진 성과가 미미하다”면서 “매수사업은 행정에서 하고, 재단은 홍보나 교육 등을 담당하는 쪽으로 재편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