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문화재 삼무공원 증기기관차 관리 허술
객실 침입 술판 등 훼손 행위 ‘빈번’
표지판 1개 고작···보호 대책 ‘전무’
속보=국가 지정 등록문화재 제414호인 제주시 연동 삼무공원 내 미카형 증기기관차에 대한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증기기관차를 훼손하는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문화재 보호 대책은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2일 제주시 등에 따르면 일제 강점기인 1944년 제작된 이 증기기관차는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1978년 기관차를 볼 수 없는 제주에 어린이 교육용으로 기증한 것이다.
길이 22m·너비 3m·높이 4.5m 크기로, 경부선·경의선·호남선에 투입되는 등 1976년 디젤기관차의 등장으로 퇴역하기까지 지구 둘레의 56배 가량 되는 총 연장 226만4000km를 달렸다.
석탄과 물을 싣는 탄수차가 중유용으로 개조되지 않고 석탄형 그대로 원형이 남아있는 기관차로는 유일한 데다 철도 산업 발달사에 있어 귀중한 자료로 평가되면서 2008년 10월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하지만 증기기관차에 대한 체계적인 보호 대책은 전무하다 보니 훼손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제주서부경찰서는 지난 1일 증기기관차를 훼손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 등)로 김모(14)군 등 10대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군 등은 지난달 27일 오후 9시에서 10시 사이 증기기관차 창문을 깨고 객실로 들어가 의자 2개와 아크릴로 제작된 창문 9개를 부순 혐의를 받고 있다.
더욱이 지난 한 달간 증기기관차 객실에 침입해 술판을 벌이는 행위가 무려 6차례나 발생하는 등 문화재의 심각한 훼손이 우려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지만 삼무공원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22개 중 증기기관차를 비추는 것은 단 한대도 없어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증기기관차 훼손 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 표지판도 고작 1개에 불과한 데다 이마저도 야간에는 식별하기 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도내 문화계 관계자는 “증기기관차는 철도 산업과 기술 발전을 반영하거나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유물로서 기념적·상징적·기술적 가치가 크다”며 “증기기관차에 대한 체계적인 보호 대책이 서둘러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제주시 관계자는 “최근 증기기관차 객실에서 술판을 벌이는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증기기관차 훼손을 막기 위해 CCTV와 무인 경비 시스템을 설치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