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화 상태’ 제주 하늘길 확장 “시간이 없다”

日서 본 공항 인프라 확충 해법
<上>오키나와 나하국제공항

2015-02-15     김동은 기자

포화 상태에 이른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방안이 기존 공항 확장과 제2공항 건설로 압축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기존 공항 확장과 제2공항 건설에 따른 문제점 해결과 갈등 해소 방안 등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제주도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본지는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일본 현지에서 확인한 오키나와현 나하공항과 오사카부 이타미·간사이공항의 사례를 2회에 걸쳐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절실

제주공항을 이용하는 이용객 수가 매년 급증하면서 포화 시기도 상당 기간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제주 항공수요조사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2018년부터 제주공항 활주로 혼잡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국내선 여객 터미널은 2017년, 국제선 여객 터미널은 2016년에 포화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저비용항공사 급성장, 관광 활성화, 중국인 방문객 증가 등 항공시장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공항 장래 항공수요는 2013년 2006만 명에서 올해 2309만 명, 2020년 3211만 명, 2025년 3939만 명, 2030년 4424만 명, 2035년 4549만 명, 2040년 4557만 명으로 관측됐다.

상황이 이렇지만 기존 공항을 확장하든 아니면 제2공항을 건설하든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사업이 착수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예비타당성 조사(2016년), 기본계획(2017년) 및 실시설계 수립(2018∼2019년)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2020년에 본격 착수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을 위해서는 최소 7∼10년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극심한 혼잡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제주공항 포화 상태로 인한 손실은 2025년까지 6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만큼 인프라 확충 방안이 서둘러 결정돼야 한다는 게 지역사회의 여론이다.

▲오키나와 나하공항 사례는

오키나와의 허브 공항 역할을 하고 있는 나하국제공항은 기존 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1933년에 건립된 나하공항은 1972년 미국이 오키나와를 반환하기 전까지 미 공군이 관리했다. 현재 3500m×45m 규모의 활주로를 갖추고 있으며, 1일 항공기 운항 횟수는 300회 이상이다.

나하공항의 연간 이용객은 지난해 700만 명 수준에서 향후 5년 안에 1000만 명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오키나와를 찾는 관광객 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2020년에는 포화 상태에 이르러 이용객을 수용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나하공항의 인프라 확충 계획은 2002년부터 추진됐는데 남쪽에 자위대(군사제한구역)가 주둔하고 있어 내륙 확장에 제약이 있었다.

결국 나하공항은 북쪽 해안을 매립해 제2활주로를 조성하기로 결정, 지난해 1월부터 동경 올림픽이 열리기 전인 2019년 12월까지 확장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총 사업비는 1993억 엔 규모로 이 중 95%는 정부가, 나머지 5%는 오키나와가 부담한다.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확장 공사에 지역업체 참여율을 50% 이상으로 설정했다.

제2활주로는 기존 활주로에서 1310m 떨어진 지점의 해안을 매립해 2700m×60m 규모로 건설되고 있다.

이는 수심이 5~10m로 낮아 매립이 용이한 데다 해안이 석회암으로 형성돼 있어 지반 침하 우려가 적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재는 부교를 설치하는 공사와 함께 평탄 작업이 진행 중이다.

나하공항은 2020년 3월부터 제2활주로가 본격적으로 운영되면 연간 항공기 운항 횟수가 13만5000회에서 18만5000회로 37%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키나와는 나하공항 주변 개발을 위해 1987년 12월 일본 최초로 3만5000㎡의 나하 자유무역지대를 지정, 20억2000만 엔을 들여 각종 기반시설을 조성했다.

이는 오키나와가 일본 본토와 떨어져 있다 보니 경제적인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아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나하 자유무역지대는 원자재나 부품을 수입한 뒤 이를 제조·가공해 무관세로 해외시장에 수출하거나 특혜세율로 일본 내에 판매하고 있다.

아울러 나하공항은 관광 중심에서 물류 중심으로 아시아의 허브공항으로 도약하기 위해 기존 화물 터미널 5배 규모의 화물 터미널을 신축했다.

이에 따라 국제선 화물은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으며, 항공물류 산업과 연계해 오키나와 지역산업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기존 공항 확장 방안 장·단점

제주공항의 북쪽 바다를 매립해 활주로를 추가로 건설하는 기존 공항 확장 방안은 계류장·터미널·주차장·진입도로 등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도심으로부터 접근성이 양호하기 때문에 관광 인프라·산업·의료·국제업무 등과 연계한 공항 개발이 가능한 데다 제주공항을 매개로 하는 다양한 특성화 공항과 복합 공간 개발도 용이하다.

이와 함께 제2공항 건설을 위한 후보지 선정과 개발에 따른 갈등과 환경 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반면 제주공항 북측지역인 도두봉·도두포구·신사포구 주변에 상업시설이 밀집해 있어 토지와 건물 보상 비용이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활주로 추가 건설로 인한 용량증대 효과가 제한적인 데다 해안 매립에 따른 공사비와 어업 피해 보상, 환경 문제 발생 가능성은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