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간의 소중한 추억·아이들 긍정적 변화 좋다"
'생활의 기쁨' 취미세계 <2>캠핑
지난 7일 오후 2시 제주시내 위치한 한 캠핑장. 넓게 펼쳐진 캠핑장에 자리를 물색하는 사람과 이미 자리를 잡고 텐트를 설치하거나 텐트 설치를 끝내고 갖고 온 캠핑 용품을 사용하기 편하게 배치하는 사이트 구축을 하는 사람 등이 한데 어우러져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아빠를 도와 텐트를 설치하던 한 어린이는 텐트 펙을 박다가도 뭔가 아니다 싶은지 다시 빼고, 아빠를 도우며 열심히 자신만의 ‘집’을 만드는데 열중했다. 한겨울임에도 웃음 가득한 얼굴에는 땀이 촉촉이 맺혀 있었다. 완성된 텐트들은 각자의 개성만큼이나 다양했다.
이들은 다음카페 ‘캠핑하는사람들(이하 캠사)’ 회원과 그 가족들이다. ‘캠사’는 전국각지에 지회를 두고 있는 순수 가족캠핑 동호회로, 제주지역에서도 각계각층의 회원들이 모여 함께 캠핑을 즐긴다. 캠사는 ‘평행관계’가 원칙이기 때문에, 캠핑장에서는 서로 ‘닉네임’을 부른다.
자녀 둘과 함께 캠핑장을 찾은 김창모(39·닉네임 끼리·IT업계)씨도 이날 텐트를 설치하고 사이트를 구축 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그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만의 추억을 만들기 위해 2년 전 캠사에 가입해 캠핑을 배우며 시작했다.
김씨는 “아이들은 커 가는데, 함께하는 시간이 점점 적어지고 아이들에게 가족과 함께했던 시간들을 오랫동안 간직하게 해주고 싶어 캠핑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캠핑을 시작하고 나니 좋은 사람들도 많이 알게 되고, 아이들에게도 활발해지고 긍정적인 변화가 생겨 좋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 씨는 거실 텐트를 가져와 설치했다. 보통 텐트를 설치한 뒤 타프(그늘막) 등으로 거실을 만들지만, 김씨의 텐트는 거실이 텐트 안에 포함돼있다.
그는 먼저 물색해 놓은 자리에 베이스 매트를 깔고 텐트펙을 반쯤 박아 고정시켰다. 그리고 그 위에 천을 씌운 뒤 텐트 펙을 마저 박고, 내부와 외부를 폴대로 고정 시켜 모양을 잡았다.
텐트 내부에 조명을 설치하고 의자와 테이블 등을 가져다 놓으니 남 부럽지 않은 집 한 채가 완성됐다.
회원들은 하나 둘 텐트 설치를 끝내고 모여 화로대에 장작을 넣어 모닥불로 추위를 녹이며 담소를 나눴다. 그 사이 아이들은 초원을 뛰어다니며 술래잡기를 하거나, 물가에서 개구리 알을 잡고 놀았다.
김씨는 “캠핑용 의자에 앉아 회원들과 담소를 나누다 보면 회사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며 “집에서 컴퓨터를 하거나 TV만 보던 아이들이 캠핑장에 나와 자연과 함께 뛰어노는 모습을 보니 흐뭇하다”고 말했다.
저녁시간이 다가오자 김도연(41·닉네임 만취·은행원) 제주방 운영진이 세운 대형텐트에 회원들이 몰렸다. 이날 모임은 번개로 모여 회원들은 각자 가져온 고기를 굽고, 반찬 등을 나누며 바비큐 파티를 즐겼다. 화로불에서 나온 숯으로 구운 고기 맛은 일품 그 자체였다. 고기가 바닥나자 회원들이 이번엔 소시지, 닭꼬치 등을 각자 가져와 굽기 시작했다.
김 회장은 “캠핑을 올 때는 그날 먹을 음식을 조금씩 여러 가지를 준비한다”며 “다 같이 나눠 먹는 문화가 뿌리박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모두가 각자 텐트로 돌아가 잠이 든 그날 밤, 갑작스레 텐트가 휘청거릴 정도의 바람이 불었다.
캠핑 8년차 강세흥(46·닉네임 놀자·농업인)씨는 이런 상황에 아주 익숙한 듯 했다.
강씨는 “지난해 여름 비양도에서 가족들과 캠핑한 적이 있는데, 비바람이 심하게 몰아쳐 다들 덜덜 떨었던 일이 있었다”며 “하지만 내가 지은 텐트를 믿고 안에서 버텼는데, 안전하게 밤을 넘겼다”고 회상했다.
비록 텐트는 휘청거렸지만, 아무 일 없이 아침이 밝았다. 회원들은 간밤에 있었던 강풍을 주제로 한바탕 무용담을 털어놓으며 ‘캠핑의 별미’라고 불리는 라면을 끓여 먹었다.
김창모 씨는 “캠핑을 하다보면 어젯밤처럼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벌어진다”며 “항상 안전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고 강조 한 뒤 웃으며 “이런 일도, 저런 일도 생기는 것이 캠핑의 묘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현재 도내에서 운영되는 캠핑 동호회는 사실상 ‘캠사’ 하나로 알려져 있다. 캠핑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으며, 캠핑에 관심이 많거나 처음 시작하는 도민들은 모임에 방문해 조언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캠사 제주지역 정기모임 참석 회원 수는 60가족 200여명이고 전국 회원수는 약 14만명 이다.
"가족캠핑, 서로에 대한 소중함 꺠달을 수 있어"
▲캠핑을 위해 준비해야할 것은.
=텐트, 버너, 코펠, 랜턴, 물통 그리고 약간의 구급약품 등이 필요하다.
처음 캠핑을 시작 할 때는 부담 없이 집에서 사용하는 용품을 갖고 사용해도 좋다.
저렴하고 좋은 캠핑 장비들이 많이 나와 있다. 시작부터 고가의 용품들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기초적인 장비부터 시작해서 점점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아야 한다.
▲활동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주기적인 모임은 전국단위로 봄과 가을에 2회, 전국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캠핑을 하고 지역별로 매달 한번 정기캠핑이 이뤄진다. 정기모임과는 별개로 시간이 맞는 회원들이 모이거나 개별적으로 가족들과 함께 캠핑을 나오는 경우도 있다.
▲도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캠핑은 가족과 같은 따스한 정이 흐르는 소통문화를 구축하기에 좋은 것 같다.
가족캠핑은 한 가족이 야영을 즐기며 가족의 화합과 화목을 다질 수 있다는 점과 가족에 대한 깊은 이해와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어 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자식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거나 삭막한 삶에서 여유를 찾고 싶다면 일단 캠핑을 시작해 볼 것을 권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