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기반 주력산업 융합 생태계 구축
기업유치 타 지자체와 차별화가 관건”
제주경제의 ‘판’과 ‘틀’을 키우자 <上>
제주 경제 대토론회 각계 전문가 패널 다양한 의견
세계 전기차 시장 선도·사회 개방성 확대 등도 주문
“대한민국 경제는 꺼져가는 엔진을 단 비행기와 비슷한 상황이다. 단지 날개가 있어서 추락을 면하는 것일 뿐이다.”(문승일 서울대 교수)
12일 라마다프라자제주호텔에서 열린 ‘제주의 새로운 성장을 위한 경제 대토론회’에서 패널들은 제주의 성장동력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제주 관광산업의 현주소는 어디인지 등에 대해 날선 지적과 함께 희망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특히 기업유치에 지역경제 성장의 한 축을 기대고 있는 제주도 당국의 정책에 대한 솔직한 요구사항 등도 나와 눈길을 끌었다.
원희룡 지사가 좌장을 맡아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 문승일 서울대 공대교수는 ‘제주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출발점이자 마지막 희망’이라는 함축적인 말로 상징성을 대변했다.
문 교수는 “세계경제와 대한민국은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될 것에 대한 비관적인 분위기가 팽배하지만 제주는 최근 4~5%, 심지어 7%대의 성장률이 기대되고 있다”며 “제주는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프레임을 세울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기자동차를 예로 들며 “제주는 전기차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의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어서 글로벌 전기차 플랫폼을 구축하면 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지정학적으로 제주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중국과 러시아, 북한, 대한민국, 일본을 연결하는 동북아의 허브로 제주가 부상하고 있다면서 삶의 질을 높이고 환경을 보존하면서 공존의 경제구조를 만들어 대한민국 그랜드 플랜을 세울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병선 ㈜다음카카오 이사는 “제주경제의 성장을 위해서는 주력산업인 서비스업과 농림어업 중심의 혁신과 창조경제 시스템이 필요하다”면서 “ICT(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산업간 융합과 혁신의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는 이런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제주사회의 개방성을 확대하고 다양한 소규모 벤처기업의 유치를 늘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우현 제주남이섬㈜ 대표는 여행객 입장에서 들여다 본 제주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진단했다.
각종 서비스업체 종사자들의 불친절과 뿌리깊은 ‘괸당문화’에서 나온 배타성을 지적했다. 제주사람이 아니면 사업하기 어렵다는 외부 투자자들의 하소연도 전했다. 그러면서 강 대표는 사계절의 특성을 살린 관광상품을 개발해 ‘비수기’라는 말을 없앨 때가 됐다고 조언하고 손님입장에서 관광정책을 수립할 것을 충고했다.
조형섭 ㈜제주반도체 대표는 기업 이전이 회사에 미친 영향과 제주도의 기업유치 정책 등에 대해 의견을 피력했다.
조 대표는 회사 본사를 제주로 옮긴 후 가장 큰 어려움은 인력수급 문제였다고 털어놨다. 경력직이 즉시 필요했지만 구하기 어려워 수도권에 사무실을 별도로 운영해 직원을 채용했다고 말했다.
특히 대만과의 직항로가 폐쇄돼 시간과 비용의 크게 늘어난 것도 어려움 가운데 하나라고 꼽았다.
조 대표는 그렇지만 “법인세 감면으로 마련된 자금을 직원들의 정착지원금으로 무상 제공했고 청정한 자연환경이 참신한 아이디어 개발과 업무 효율을 높이는 효과가 크다”고 강조했다. 제주대 공대 학생들을 직접 양성해 직원으로 채용하는 긍정적인 역할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관광산업 위주 경제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제조기업을 유치하고 육성해야한다”면서 “다른 지자체와 차별화된 유인책을 제시해야 승산이 있다”고 조언했다.
첨단기업용 사옥이나 연구소 등의 입지를 도심이나 특정 단지로 제한할 경우 기업 흡인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규제를 적용하는 데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