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소나무 원인규명 우선돼야”
“제거 고사목 가운데 ‘재선충병’은 40% 불과” 주장
이종우 박사 “무차별적인 방제가 매개충 확산” 지적
올 들어 소나무 재선충병이 또 다시 확산되면서 방제 당국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제주특별자치도가 재선충병 피해 예측 규모를 스스로 번복, 방제 당국을 향한 도민 신뢰가 추락하고 있다. 게다가 고사목에 대한 명확한 원인 규명 없이 무차별적인 방제 작업이 진행되면서 오히려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의 확산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주도는 지난달 도내 재선충병 피해 실태조사를 통해 소나무 37만여 그루가 고사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제주도가 지난해 10월 (사)산림기술사협회가 예측을 토대로 발표한 27만여 그루 보다 10만 그루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에 제주도는 지난 2일 재선충병으로 인한 피해가 당초 예상보다 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원인 파악과 함께 국립산림과학원에 추가 피해 발생량에 대한 원인 조사를 의뢰하겠다는 등 뒤늦은 방제 대책을 내놨다.
제주도는 이와 함께 소나무 재선충병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의 활동시기가 타 시·도에 비해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방제 작업도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고사목 제거 업체를 50곳으로 확대(기존 30곳)하고 4월 중순까지 소나무 고사목 제거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제주도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산림과학원이 발표한 월별 발생률 보다 크게 늘어났기 때문에 예측이 빗나간 것”이라며 “올해는 제주 실정에 맞는 예측치를 설정, 제주형 방제 전략을 수립해 5년 내 우리가 관리할 수 있는 수준으로 줄여나가겠다”고 피력했다.
이런 가운데 재선충병 완전 방제를 위해선 피해 고사목에 대한 명확한 원인 규명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제주대 이종우 박사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2013년 소나무재선충 피해 고사목은 40% 수준으로 나머지 40% 정도는 바구미류의 천공성 곤충에 의해, 20%는 가뭄 등의 환경적 요인에 따른 피해다.
이 박사는 방제 당국의 원인조사 없는 무분별한 고사목 제거로 2013년 재선충병에 의한 소나무 고사목 전량 제거의 실패에 가장 큰 원인이 됐고, 지난해 조사 결과 고사목의 80% 이상이 재선충병에 의해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무분별한 소나무 고사목의 제거가 바구미류에 의한 건강한 소나무 공격을 촉진하면서 재선충병 확산에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방제 이전에 원인 규명을 해야 한다는 것은 맞지만 현재 부족한 예산 탓에 방제를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며 “2차 방제를 마무리 된 이후 고사목 피해에 대한 원인 규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소나무재성충병 확산을 막기 위해 제주도는 고사목을 베어내고, 소각·훈증 등을 하는 임업적 방제와 나무주사·항공방제 등 예방적 방제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의 노력에도 매개충 전파를 억제하지 못하면서 제주도의 방제 전략 전체를 수정해야 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