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 ‘볼모’로 한 예산싸움 제발 그쳐라

2015-02-08     제주매일

 “제주도와 의회의 ‘소통 부재(不在)’가 가장 큰 문제다” 예산 싸움을 벌이고 있는 양측을 향해 쏟아내는 도민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지난 5일 열린 ‘도민 대토론회’에서도 이 문제는 쟁점이 됐다. 예산 삭감을 놓고 의견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먼저 도의회의 예산 삭감으로 각계에서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삭감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런가 하면 도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집행부가 재의(再議) 요구보다 추경을 해야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결론은 하나였다. 제주도와 의회가 소통과 대화가 부족한 상황에서 법대로만 해결하려 하고, 서로 회견을 통해 소통(疏通)을 하니 갈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양측 모두 ‘도민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도민은 ‘볼모’에 지나지 않는다는 쓴소리도 있었다.

 예산 갈등의 원인은 어느 한 곳만의 책임은 아니다. 우선 도의 경우 ‘예산 개혁’을 부르짖지만 이를 위한 설득과 절차적 노력이 부족했다. 도의회 역시 질타만 할 줄 알았지, 그동안의 예산관행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원희룡 지사와 구성지 의장 또한 제 역할을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머리를 맞대 문제를 풀 생각은 않고 서로 어깃장 놓기에 급급했다. “기네스북에 오를 예산 삭감”이라고 날을 세우면 “도의회는 개혁 대상이 아니다”라며 맞받아치는 식이다.

 오죽하면 도민 토론회에서 “집행부는 예산 문제에서 손을 떼고 ‘시민심사단’에 맡겨야 한다”며 “시민들이 접근하면 의회에서도 손쉽게 예산을 삭감하지 못할 것”이란 말까지 나오겠는가.

 집행부와 도의회의 실추된 위상(位相)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도민을 ‘볼모’로 한 예산 싸움은 이제 제발 그만둬야 한다. 도민들 보기에 낯 부끄럽지도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