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폭력 사이
‘폭력의 미학’이란 말이 있다. 웬 미학이냐고? 미학이란 게 각종 예술이나 문화에서 표현되는 아름다움이라 할 때 폭력의 미학이란 폭력의 아름다움쯤으로 이해할 수 있을 터이다. 왜 이런 말을 하는가 하면 제주도문화진흥원 간부가 도립예술단 무용단원을 폭행해 물의를 빚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과 폭력. 아무리 생각해도 물과 기름만큼이나 어울리지 않는 말이지만 이것이 지금 제주 문화예술을 진흥하는 핵심부서의 현주소라니 한마디로 놀랄 노자요 한심한 노릇이다.
보도를 보면 제주도립예술단은 오는 7월의 제30회 정기공연 안무자 선임과 관련하여 이야기 도중 문화진흥원 공연과장이란 사람이 도립예술단의 한 지도위원에게 폭언과 더불어 폭행을 가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평소 이 간부의 잦은 폭언과 폭행에 시달려 왔다는 단원들은 성명을 내고 “예술단의 전문성과 예술성을 인정하지 않고 권위주의로 단원들 위에 군림하려는 진흥원은 각성해야 한다”면서 이 간부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번 일은, 별 것이 아닌 것처럼 이야기하는 진흥원 측의 변명에도 불구하고, 관료주의의 타성이 빚은 사건이란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예술단의 자유분방함의 특성을 깔아뭉개고 공무원 사회의 경직된 계급의식을 내세워 통제하려는 데서 문제가 발단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생각하면, 예술이나 문화에 일방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면서도 마치 자신들은 무슨 고상한 문화인인양 거드름을 피우는 그 뻔뻔스러움이 가증스럽기까지 하다. 도립예술단이 진흥원 산하에 있고 제주도가 예산을 댄다고 해서 자기들 마음대로 좌지우지하고 단원들을 인격체인 예술인이 아니라 고용원처럼 멋대로 대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예술단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최대한 보장되지 않으면 진정한 창작물의 탄생도 기대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