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공간 욕심’에 장애인 편의 ‘뒷전’

제주동부서 서측 제2별관 증축···승강기·휠체어 리프트 전무
장애인 편의 고려하지 않은 채 직원 근무 환경만 개선 지적

2015-02-03     김동은 기자

‘공감 받는 맞춤형 치안’을 강조하고 있는 제주동부경찰서(서장 이지춘)가 청사를 증축하면서 정작 장애인 편의는 뒷전,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청사 내 장애인 편의 시설이 여전히 미흡해 제주동부경찰서가 유독 장애인에게는 문턱이 높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3일 제주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대표적인 민원 부서인 경제범죄수사팀 등이 있는 서측 제2별관 증축 공사가 최근 완료됐다.

이번 제2별관 증축을 통해 2층 사무실 공간이 예전에 비해 넓어져 직원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근무를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청사를 증축하는 과정에서 지체장애인의 이동 편의 시설이 설치되지 않아 직원들의 편의만 고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이날 증축 공사를 모두 마친 제2별관을 확인한 결과 승강기나 휠체어 리프트 등 지체장애인의 이동 편의 시설은 전무했다.

제2별관 현관에는 계단밖에 없어 경제범죄수사팀 등을 방문하려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인은 올라가지 못하고 그저 바라만 봐야 한다.

더욱이 2층으로 올라가기 위한 계단 앞에는 보안문까지 설치돼 있어 ‘민원인에 문 닫은 경찰’ 이미지를 주고 있다.

게다가 사무실 내 칸막이를 재배치하면서 상대적으로 복도의 폭이 좁아지다 보니 휠체어가 지나가기에도 매우 불편한 상황이다.

이 같은 사정은 2층에 서장실을 비롯해 진술녹화실 등이 있는 본관과 아동청소년계·성폭력 전담수사팀이 있는 동측 제1별관도 마찬가지다.

주요 부서들이 모두 2층에 배치돼 있는 데다 주변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사실상 접근할 수 없는 등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제주동부경찰서 관할 구역에는 장애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제주시 이도2동과 아라동 등이 포함돼 있는 데다 제주도장애인종합복지관은 물론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도 있다.

하지만 장애인 편의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장애인에게 있어 제주동부경찰서는 그야말로 ‘건널 수 없는 강’이 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도내 장애인 단체 관계자는 이와 관련, “공감 받는 맞춤형 치안이 아닌 배려하지 않는 이기적인 치안과 다름 없다”며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제주동부경찰서를 방문할 때마다 위화감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본지는 이날 제주동부경찰서에 제2별관 증축 공사 예산과 목적 등을 물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