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젊은 화산섬 제주 ‘불과’ 180만년전 분출 시작

강순석 박사의 제주지질 이야기(6) 제주의 지하지질

2015-02-01     제주매일

“화산섬인 제주도는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제주에서 지질학을 공부하는 연구자들이 공통으로 고민하고 있는 주제일 것이다. 어쩌면 제주에서 지질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최종 목표는 결국 제주는 지구상에서 언제, 어떠한 과정으로 만들어졌는가를 밝혀내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누구도 알 수 없다. 왜냐하면 제주가 만들어지던 화산활동을 직접 목격한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사실 제주 지질학 연구가 시작된 이래로 제주도에 대한 지질형성사는 몇 번이고 바뀌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논문을 학회에서 발표할 당시에는 틀리리라고는 상상조차 안했던 이론들이 불과 10년도 못가서 완벽하게 잘못된 구시대의 이론이 돼 버리는 게 이 시대 학계의 현실이다.

이는 과학적 연구의 한계성을 일깨워주는 반면, 긍정적으로 볼 때 시간이 지날수록 연구 성과가 급속하게 축적돼 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제주도 지질학의 연구가 괄목할만한 성장과 발전을 이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에 이루어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과 세계지질공원 등재의 효과가 학술연구의 발전을 가속시켰다고 평가할 수 있다.

현재까지 지질학계에 알려진 제주화산에 대한 지질형성사는 다음과 같다. ‘제주는 매우 젊은 화산섬’이라는 표현을 종종 접할 수 있다. 우리나라 본토인 한반도의 지질에 비해 제주도의 형성시기가 아주 최근이라는 말이다. 지리산이나 한반도의 육지를 구성하고 있는 암석은 대개 수십억년에서 수억년 전에 형성된 아주 오래된 지층이다. 선캠브리아기에서부터 고생대의 지층이 우리나라에는 아주 흔하다. 그만큼 한반도의 땅은 오래됐고 안정돼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가까운 일본열도에서 흔한 지진이나 화산활동이 우리나라에는 없는 것이다. 지질적인 안정도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축복받은 땅이다. 일부 중생대의 지층에서 공룡 화석을 산출하기도 하며 신생대로 이어지는 기간에 오래된 화산활동의 흔적과 화강암도 산출한다. 우리나라 본토가 다 완성된 이후에, 신생대의 끄트머리 기간인 제4기에 제주도는 화산활동을 시작했다. 지구 46억년의 장구한 시간에 비교해 보면, 바로 엊그제에 해당되는 시기이다.

제주도가 화산활동을 개시한 신생대 제4기는 지금부터 약 180만년 전부터 현재까지의 기간이다. 지질학에서는 ‘인류의 시대’이자 ‘빙하의 시대’라고 한다. 인류의 조상인 호모 에렉투스가 아프리카 초원에서 출현한 시기이며,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빙하기와 간빙기가 십만년을 주기로 반복된 시기이기도 하다.

이 때 빙하기와 간빙기 교차에 의해 해수면(海水面)이 50m에서 100m씩 상승과 하강을 반복했다. 이에 따라 제주도가 형성되기 이전의 남해와 황해의 바다는 빙하기 때는 드넓은 평야지대가 됐다가 간빙기가 되면 수심 100여m의 대륙붕이 되기를 반복했다. 그래서 제주도의 연륙설은 빙하기 때문에 발생한 해수면 하강현상으로 십만년에 한번씩 실제적으로 일어났던 것이다.

우선 층서(層序)적으로 제주도의 기반암(基盤岩․basement)은 선캠브리아기의 변성암과 중생대 쥐라기와 백악기의 화강암과 화산암으로 돼 있다. 층서는 지하지질을 구성하고 있는 지층의 순서를 가리키며, 기반암은 그 지역에서 가장 아래의, 지하 깊은 곳에 분포되어 있는 암석이다.

제주도로 치면 화산의 지하 깊은 곳에는 어떤 암석으로 되어 있을까라는 말이다. 또는 제주 화산활동 이전에 기반을 이루고 있던 암석을 뜻한다. 우리나라 남서부의 전라도 지역의 암석과 같은 지층으로 돼 있다. 추자도는 지질적으로 제주도와 다르다. 추자도의 백악기 응회암은 제주도에선 지하 깊은 곳에 분포돼 있다.

이 기반암 위에 약 150m의 두께로 미고결 퇴적층(U층이라고도 부름)이 쌓여 있다. 이 퇴적물은 말 그대로 아직 굳어지지 않은 채로 무른 상태의 퇴적층이다. 바닷속의 대륙붕에서 형성된 퇴적물로서 규소를 포함하는 모래나 점토질의 ‘뻘’과 같은 형태로 존재한다. 물에 젖어있는 이 뻘 층 위에서 제주도는 화산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이때가 약 180만년 전이었다.

제주도의 화산은 수성화산활동(水性火山活動)과 함께 시작됐다. 그 이유는 물이 풍부한 미고결 퇴적층과 대륙붕이라는 바닷속 환경 때문이다. 뜨거운 마그마가 차가운 물과 만나면 마그마는 급격히 냉각되고 부스러지며, 물은 급격히 기화하고 팽창하여 폭발이 일어나게 된다. 이러한 화산분출 양식을 수성화산활동이라고 하는데, 제주도의 수성화산활동은 100만년이 넘도록 오랫동안 계속됐다.

그 결과 제주도의 용암대지 밑에는 무수한 수성화산(응회환과 응회구)이 여러 겹으로 겹쳐 쌓이게 됐고 엄청난 양의 화산재가 육지와 바다에 쌓여 ‘서귀포층’이라는 지층을 만들게 되었다. 서귀포시 해안에서 패류화석을 산출하는 서귀포층은 수심이 얕은 연안에서 퇴적된 화석층으로서 해안선 주변에서 살고 있는 다양한 해양생물들이 화석으로 남아있다.

서귀포층의 패류화석은 약 100만년 전의 퇴적층으로서 당시의 해양환경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고생물학적 자료가 되고 있다. 이때 만들어진 수성화산의 일부는 용암대지 위로 돌출해 있다. 제주에서 오래된 수성화산으로 취급되는 단산․군산․용머리․당산봉이 그것이다.

수성화산활동에 의해 서귀포층이 쌓여감에 따라 제주도 지역의 고도가 전반적으로 높아지게 됐다. 결국은 빙하기의 평균적인 해수면(현재 해수면 아래 50~60m) 위로 제주도가 성장하여 간빙기 때도 물에 잠기지 않을 만큼 높은 지형의 섬이 만들어졌다. 그러자 수성화산분출은 점차 줄어들고 중기 플라이스토세(약 40만~80만 년 전)부터는 용암 분출이 우세하게 일어났다. 즉, 육상화산활동으로 전환된 것이다.

이렇게 분출한 용암은 서귀포층 위에 겹겹이 쌓이며 서서히 넓은 용암대지를 만들어 나갔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타원형의 제주도가 서서히 만들어졌으며, 용암분출은 섬의 중심부에 집중되어 일어나게 되었다. 그리하여 현생인류가 출현하여 구석기 문화를 이루던 수만년 전에는 남한의 최고봉인 한라산이 제주도의 한복판에 만들어지며 제주도는 거의 완성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지금부터 1만년 전의 시기를 지질학에서는 현세(holocene)라고 구분한다. 지구의 환경이 지금과 거의 동일해졌었다. 빙하기가 끝난 것이다. 지금과 같이 따뜻해진 기후 변화로 인류는 정착생활을 하게 된다. 신석기 문화가 시작된 것이다. 제주에서는 고산리에 사람이 살았던 때이다.

현생 인류가 신석기 문화를 만들고 있던 약 5000년 전과 3000년 전에 마지막 수성화산 분출이 제주도의 동쪽 끝과 서남단에서 일어났다. 이 분출에 의해 성산일출봉과 송악산이 만들어졌다. 이 화산들이 침식되며 주변 해안에 신양리층과 하모리층과 같은 현세 퇴적층이 쌓였고, 그 위에는 선사시대의 사람발자국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사계리 사람발자국 화석이다. 제주도의 화산분출은 지금부터 1000년 전인 역사시대까지도 지속됐다. 서기 1002년과 1007년에 제주도 서남해안에서 일어났던 화산활동에 관한 고문헌의 기록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