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고 오르면 ‘땀범벅’…그러나 스트레스는 확∼”

'생활의 기쁨' 취미세계<1>클라이밍
전신근육 사용 근력운동·유연성에 도움
도내 2개 동호회 활동…학생동아리 늘어

2015-01-29     윤승빈 기자

소득수준 향상과 주5일 근무제 시행으로 여가시간을 이용해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취미는 개인의 신체 및 정신 건강에 도움을 주고, 삶의 풍요로움을 더해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같은 취미를 향유하는 사람끼리 연대감 강화로 건강한 공동체 형성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에 제주매일은 도민들의 취미생활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취미 세계와 동호인들의 활동을 소개하고,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지난 23일 오후 7시 제주시 오라2동에 위치한 한 사설 실내 인공암장. 암벽화(岩壁靴)를 신은 10여명이 암벽 타기를 즐기고 있었다. 밖은 추웠지만 실내는 스포츠 열기로 후끈했다. 벽을 자유자재로 타는 사람들과 몇 번씩 벽에서 떨어지는 초보들이 섞여 클라이밍에 여념이 없었다.

이들은 ‘에이스 클라이밍’ 회원과 그 자녀들이다. 에이스는 직장인들로 구성된 클라이밍 동호회다.
자녀 하나를 둔 주부이자 평범한 직장인인 이경심(44·경리) 씨도 이날 실내암장을 찾아 땀을 흘렸다. 그는 요즘 주 3회 정도 퇴근 후 딸과 함께 이곳에서 클라이밍을 하고 있다. 10년 전 클라이밍을 처음 접한 그는 지금까지도 암벽 타기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등산을 하다가 우연히 클라이밍을 알게 됐는데, 한번 해보니 이거다 하는 느낌이 왔다”며 “실내라 날씨에 구애 받지 않을 뿐더러 별다른 장비 없이 사철 아무 때나 아이들과도 함께 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실내 클라이밍은 벽에 붙어 있는 돌, 즉 ‘홀드’를 이용해 위로 옆으로 이동하는 운동이다. 손가락부터 발끝까지 안 쓰는 근육부위가 없을 정도로 전신 몸매관리에 탁월한 스포츠다.

이 씨는 “클라이밍에 취미를 붙인 후 눈에 띄게 건강해졌다”며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돼 살도 많이 빠졌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씨 외에도 다이어트에 성공한 회원들이 많다. 클라이밍 후 20㎏을 감량했다는 김인시(31) 씨는 회원들 사이에서 ‘몸짱’으로 불린다.

김씨는 “클라이밍은 신체 단련에 그만인 운동”이라며 “전신 근육을 쓰기 때문에 근력운동은 물론 유연성도 기를 수 있고, 지구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클라이밍은 옆에서 보면 쉬워 보이는 운동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온 몸을 사용하고,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만큼 충분한 준비운동과 기초체력, 테크닉이 요구된다. 특히 팔로만 당겨서 올라가기보다 전신의 힘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요령 터득이 중요하다.

이날 현장에서 회원들은 한손으론 ‘홀드’를 잡고 버티며 또 다른 손을 이용해 옆으로 나아갔다. 몸을 지탱하는 것은 발을 받쳐 주는 작은 홀드 뿐. 한 걸음 한 걸음 집중하며 옆으로 진행하다 보면 어느새 땀범벅이 된다.

그러다가도 홀드를 잘못 잡거나 발을 잘못 디디면 허공으로 날아올라 밑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 바닥 전체에 매트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떨어져도 호탕하게 한번 웃으며 이내 다시 도전한다. 4면의 벽을 완주할 때까지 수차례 떨어지지만, 포기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이렇게 완주하면 그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한다.

기자도 암벽화를 신고 직접 클라이밍에 도전해 봤다. 역시나 몇 걸음 떼지 못하고 매트 위로 떨어졌다. 초보자용 홀드를 잡고 있지만 벽을 타고 이동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클라이밍은 무작정 돌(홀드)을 잡고 이동하는 운동은 아니다. 정해진 순서에 맞는 돌을 잡고 이동해야 한다. 이를 기억하기 위해서는 집중력까지 요구된다.

이런 훈련 중 하나로 ‘볼더링’이 있다. 볼더링은 사전에 8개 내외의 홀드 코스를 미리 정하고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이날 볼더링을 맡은 사람은 중앙고등학교 클라이밍 동아리 코치이기도 한 홍영진(44?한라의료원 근무) 씨. 그는 지시봉으로 홀드 6개를 차례차례 짚더니, 먼저 시범을 보였다. 능숙하게 해냈다.

현재 도내에서 실내 클라이밍 동호회는 ‘에이스’를 포함해 2개 정도가 활동 중이다. 실내암장 이용자를 중심으로 동호회가 구성됐다. 제주고·중앙고·오현고 등 일부 고등학교에도 실내 암장이 마련되면서 학생 동아리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에이스는 2004년 만들어졌다. 이보다 3년 앞서 제주시 옛 세무서 사거리 인근에 ‘무브존 클라이밍센터’(센터장 정상수)가 개설됐다. 무브존 동호회 회원은 현재 50여명에 이른다.

에이스의 경우 회원들의 돈을 모아 실내 암장(약 99㎡ 규모)을 조성했다. 여윳돈이 생기면 홀드를 추가 조성하는 방법으로 시설을 갖췄다. 에이스 월회비는 7만원이고, 현재 회원 수는 여성 17명 등 40여명이다.

서귀포시 지역에는 실내 암장이 1곳(시립) 운영되고 있으나 동호회는 구성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문자 에이스클리이밍 회장 인터뷰

-클라이밍 숙련기간은.
보통 1개월 정도 실내에서 클라이밍에 대한 감을 익히면 완주할 수 있다. 실내에서 차근차근 충분한 실력을 쌓은 뒤 실외 암벽등반에도 도전할 수 있다.
-대회 개최 상황은.
매년 도내 예선대회를 거쳐 전국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최근 전국체전 정식종목으로 채택되고, 제주출신인 윤주환?마현관 등이 국가대표 상비군이 뽑히면서 인지도가 올라가고 있다.
-앞으로 목표는.
에이스클라이밍 회원들이 매년 전국대회에서 입상하고 있다. 실력 있는 회원을 보다 많이 육성해 보다 고난도의 실외 암벽등반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도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클라이밍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스포츠다. 신체만 건강하면 동호회 가입을 통해 운동을 즐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