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몰려온다는데 제주도 뭐하나”

元 평화섬 메시지 발표 당일
해군 행정대집행 계고장 발송
“중재 역할 제대로 못해” 비난
강정마을 또다시 전운 감돌아

2015-01-28     고권봉 기자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해군기지) 건설 현장인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또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잠정 연기됐던 강정마을 해군 아파트 공사현장(이하 군 관사) 출입구에 설치된 농성 천막 등을 철거하기 위한 행정대집행 강행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 27일 ‘강정마을의 명예회복과 상처 치유가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한 날, 행정대집행 계고장이 발송돼 제주도가 중재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커지고 있다.

해군 제주민군복합항건설사업단(이하 해군기지사업단)은 지난 27일 강정마을회에 군 관사 공사장 앞에 설치된 농성 천막 등을 오는 29일까지 자진해서 철거하지 않을 경우 강제로 철거하겠다는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발송했다.

특히 이번에 발송된 계고장은 해군 명의로 전달된 지난달 10일과 21일, 27일, 이달 7일 등 모두 네 차례와 달리 국방부 장관 명의로 발송돼 행정대집행 강행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해군 관계자는 “올해 내에 군 관사를 완공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2월 초에는 공사가 재개돼야 한다”며 “공사장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철거되지 않으면 이달 중으로 행정대집행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오는 31일께 행정대집행이 시행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강정마을은 폭풍 전야의 긴장감에 휩싸였다.

이러한 상황에 놓이자 그동안 원 지사가 강정마을회에 약속한 ‘해군의 군 관사 건립 포기 방향’에 대한 해군과의 중재 역할에 대해 ‘사실상 무산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원 지사가 ‘제주평화의 섬 메시지’ 발표를 통해 ‘해군기지가 추진되고 있는 강정마을의 명예회복과 상처 치유를 통해 도민 화합을 위한 순서를 밟아 나가겠다’고 한 날, 해군은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발송했다.

이에 앞서 원 지사는 지난 26일 정호섭 해군참모차장과 비공개 면담을 갖는 등 지속적으로 군 관사 문제 등에 대해 논의를 진행했지만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원 지사의 약속이 겉보기에는 번듯하지만 알고 보면 속은 텅 비어 있는 ‘속 빈 강정’에 비유되고 있다.

조경철 마을회장은 “그동안의 상황이 변화된 것이 없으므로 공사 저지 투쟁에 대한 입장도 그대로이기 때문에 당연히 행정대집행을 막을 것”이라고 투쟁 의지에 변함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해군은 지난해 10월 14일 서귀포시 대천동 강정마을 9407㎡ 부지에 전체면적 6458㎡, 72가구(지상 4층·5개동) 규모의 군 관사 건립 공사를 시작했지만 강정마을 주민과 해군기지 반대단체 등이 지난해 10월 25일부터 공사장 출입구에 농성천막을 설치, 공사 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