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단 세운 김희정 선생 ‘해은문집 고유례’

제주문화원 어제 오현단서 거행…유족 등 100명 참석

2015-01-27     박수진 기자

제주시 오현단(五賢壇)을 세우고, 한라산 성판악코스 기행문 ‘한라산기’를 최초로 쓴 해은(海隱) 김희정(金羲正, 1844~1916) 선생을 기리는 ‘해은문집 고유례(告由禮)’가 27일 오전 제주시 오현단에서 거행됐다.

고유례는 작고한 조상에 대한 추모사업을 진행했다는 것을‘제례’형식으로 알리는 것으로, 고인의 유서가 깊은 곳 또는 자주 노닐던 곳에서 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에 따라 행사를 주관한 제주문화원은 김희정 선생의 공적이 많이 남아있는 오현단에서 고유례를 행했다.

후손대표인 김기홍씨를 비롯해 100여명이 참석한 이날 고유례는 경과보고를 시작으로 손을 씻는 의식을 통해 몸을 깨끗이 하는 관수, 분향, 제사 때 술잔을 올리는 헌작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10여년전 제주 향토사의 태두(泰斗) 심재 김석익 선생의 ‘심재집’ 영인본 발간을 기념해 고유례가 거행됐었지만, 기관 차원에서의 행사는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후손대표인 김기홍씨는 “대대로 보관해오던 책이 이번에 문집으로 발간돼 감회가 새롭다”며 “책의 가치를 알아봐주신 김익수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을 비롯해 제주문화원 등에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한국학중앙연구원도 이 책을 다양한 곳에 배송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겹경사를 맞은 셈”이라며 “고조할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제주도 문화 발전에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제주시 조천읍 조천리 출신인 김희정은 1874년 제주에 유배 왔던 면암(勉菴) 최익현(崔益鉉) 선생에게 성리학(性理學)과 위정척사사상(衛正斥邪思想)을 전수 받았으며, 평생 고향에서 살며 후학 양성에 매진했다. 해은문집은 김희정이 제주의 지난 역사를 기록한 글들을 모은 문집이다.
 

한편 후손들은 “고조할아버지를 위한 고유례에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감사하다”며 이날 오현단을 찾은 시민들에게 점심을 무료로 제공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