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단 세운 해은 김희정 재조명 본격화
제주문화원 해은문집 발간
최초 한라산 등정기도 남겨
제주시 오현단(五賢壇)을 세우고, 한라산 성판악코스 기행문 ‘한라산기’를 최초로 쓴 해은(海隱) 김희정(金羲正, 1844~1916)에 대한 재조명이 본격화 된다.
김희정은 제주시 조천읍 조천리 출신으로, 1874년 제주에 유배 왔던 면암(勉菴) 최익현(崔益鉉) 선생에게 성리학(性理學)과 위정척사사상(衛正斥邪思想)을 전수 받았다. 그는 평생 조천리에 살며 후학 양성에 매진했는데, 도내 각처에서 찾아와 배운 문하생이 많았다고 한다.
김희정의 가장 큰 업적은 오현단을 세운 것이다. 1576년 건립된 귤림서원(橘林書院)은 제주의 교육발전에 공헌한 오현(충암 김정·규암 송인수·청음 김상헌·동계 정온·우암 송시열 선생)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며, 후학을 양성하던 유교 교육기관이다. 그러다 1871년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인해 귤림서원이 패쇄돼자, 김희정은 오현의 뜻을 후세에 알리고자 이 자리에 비를 재건하고 그 앞에 석단을 만들었다.
김희정은 한라산 성판악코스에 대한 글을 최초로 쓴 ‘한라산기’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김희정은 1895년 그의 나이 52세가 되던 봄에 한라산을 오르고 난 뒤 기행문인 ‘한라산 기’를 썼다. 이는 역대 한라산을 올랐던 등정기 중 성판악 코스에 대한 최초 기록일 뿐만 아니라, 제주인이 남긴 최초의 등정기록으로 평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내용은 최근 제주문화원(원장 신상범)이 발간한 ‘해은문집(海隱文集)’에 나와 있다. 문집은 후손들이 대대손손(代代孫孫) 보관해왔는데, 2010년 김익수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이 수년간 후손들을 설득시킨 끝에 이번에 한 권의 책으로 나오게 됐다.
신상범 원장은 “오현단과 한라산기에 대한 내용 말고도 국권이 상실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느꼈던 선생의 울분과 근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책은 한 개인이 남긴 문집이지만, 면면을 살펴보면 제주의 잊힌 역사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문화원은 오는 27일 오전 11시 제주시 오현단에서 ‘해은문집 고유례(告由禮)’를 진행한다. 고유례는 돌아가신 분에게 추모 사업을 진행했다고 전하는 것으로, 행사에 관심이 있다면 제주문화원으로 신청하면 된다. 이날 참가자들은 해운문집을 무료로 받아볼 수 있다. 문의)064-722-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