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보내놓고도 불안”
도내 학부모들 불시 방문·관련 정보 교환
어린이집 CCTV 설치율은 26.9%에 불과
네 살배기 딸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직장인 양모(37·여·제주시 이도2동)씨는 최근 충격과 불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 TV를 통해 확인한 인천 어린이집 아동 학대 장면이 아직도 머리 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양씨는 “인천 어린이집 아동 학대 사건 이후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다”며 “며칠 전에는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을 찾아가 둘러보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인천 보육교사 아동 학대 사건 이후 제주지역 학부모들이 어린이집을 불시 방문하거나 관련 정보를 교환하는 등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도내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 설치율이 3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CCTV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서명 운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20일 도내 학부모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한 온라인 카페에는 최근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기가 꺼려진다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와 있었다.
자신의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 CCTV 설치 여부를 어떻게 알 수 있는지 방법을 물어보는가 하면 보육교사의 인성 등을 묻는 게시글도 눈에 띄었다.
한 학부모는 “학대를 당한 아이들을 생각하면 자꾸 목이 메인다”며 “너무 화가 나고 답답한 마음에 글을 올렸다”고 적었다.
여기에 어린이집에 이동 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 CCTV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이어지고 있다. 현행법상 어린이집 CCTV 설치는 의무 사항이 아닌 권고 사항이다.
현재 도내 전체 어린이집 598곳(제주시 464곳·서귀포시 134곳) 중 CCTV가 설치된 곳은 161곳(26.9%)에 불과, 아동 학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인터넷 포털사이트 청원게시판에 ‘전국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를 강력히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온 지 일주일 만에 2만 명이 넘는 네티즌들이 서명하기도 했다.
정부가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와 아동 학대 발생 시 어린이집 즉시 폐쇄 등을 골자로 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학부모들의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한 어린이집 교사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아이들을 돌보는 등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해왔는데 아동 학대 사건 이후 학부모들의 우려 섞인 시선에 일할 의욕이 꺾인다”고 하소연했다.
일각에선 CCTV 설치 보다 보육교사 자격 기준과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수익을 따지지 않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내 아동 전문가는 이와 관련, “어린이집 아동 학대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며 “들끓는 여론의 공분을 의식한 일회성 대책이 아닌 보다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