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지감귤 값 ‘살얼음’…설 ‘특수’ 실종 우려
최근 상품성 떨어져 경락가 1만원 ‘아슬아슬’
수확기 눈·비 날씨 등 영향…“설 시세 장담 못 해”
노지감귤 가격이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다.
최근들어 상품성이 크게 떨어지면서 도매시장 경락가가 1만원선에서 턱걸이를 하고 있다.
19일 제주도감귤출하연합회와 농협 제주본부(본부장 강덕재) 등에 따르면 이날 서울 가락동 등 전국 주요 도매시장에서 형성된 노지감귤 상품 경락가(10㎏ 상자당)는 평균 1만300원으로 지난 17일보다 700원 오르면서 다시 1만원선을 힘겹게 회복했다.
지난해 노지감귤 경락가는 출하 초기 기대와는 달리 10월말 7300원까지 곤두박질친 후 1만1000원대 안팎으로 올라서긴 했지만 불안한 흐름을 유지하면서 해를 넘겼다.
올해 들어서도 이달 초순까지는 1만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면서 전년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에서 시세를 형성했다.
그런데 지난 14일부터 내리 9000원대로 하락, 나흘간 이어진 후 19일 1만원을 넘어 1만3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달 평균 경락가는 1만6000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1만5100원)에 비해 무려 30%나 떨어졌다.
문제는 앞으로 가격 상승세를 회복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최근 하루 평균 출하량은 2700~3800여 t으로 예년 같은 시기에 비해서는 적은 수준이다.
그런데도 가격이 맥을 못 추는 것은 품질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수확량이 집중된 지난달 기상악화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수확을 한 물량이 출하되면서 상품성 저하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시장의 지적이다.
과육과 껍질 사이가 벌어진 이른바 ‘부피과(뻥과)’가 많고 수확한 후 건조가 제대로 안 돼 저장과 출하 과정에서 부패과가 여전히 많다는 얘기다.
상품성을 결정하는 미관과 맛 모두 소비자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해 가격이 고전을 면치 못한다는 결론이다.
19일 서울 가락동 도매시장 경매에서도 경락가가 2000원대로 추락한 감귤이 적잖게 나왔다. 중도매인들은 ‘당일 팔리기만 해도 다행이다’라는 자조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농협 등이 추산한 지난해산 노지감귤의 상품 출하예상량은 36만8000t. 지난 17일까지 출하량은 25만3000여t으로 계획량의 69%가 처리된 셈이다. 이런 추세라면 설(2월 19일) 대목이 가까울 경우 5000t 가량도 출하될 가능성이 높다.
품질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지 못할 경우 설 특수도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락동 도매법인의 한 경매사는 “가공용 처리가 원활하지 못해서 그런지 크기는 상품이지만 맛이 떨어지는 감귤이 많이 출하되고 있다”면서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이 외면할 경우 설 대목 시세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경매사는 “출하량만 보면 예년보다 적어 그만큼 가격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요즘 상황은 다르게 가고 있다”면서 “앞으로 가격 반등을 기대한다면 정말 품질이 좋은 상품으로 출하해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