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하르방’ 놀림받다 자살한 병사 “국가 배상해야”

서울중앙지법, 제주도 유가족에 1억2300만원 배상 판결

2015-01-07     진기철 기자

군 복무 중 제주도 출신이라는 이유로 ‘돌하르방’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등 놀림을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병사의 유족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7부(재판장 홍동기 부장판사)는 군부대에서 숨진 A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억23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다만 “군 생활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다른 수단으로 극복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은 채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국가 책임을 30%로 제한했다.

대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던 A씨는 2012년 3월 육군에 입대해 같은해 5월 자대에 배치된 첫날부터 선임병들의 괴롭힘을 받았다.

같은 생활관 선임병들은 A씨가 제주도 출신이라는 이유로 ‘별명: 돌하르방, 이상형: 귤 파는 여자, 하고 싶은 말: 귤 9900원, 한라봉 1만9900원, 전역 후: 감귤장사’라는 자기소개서를 써 모두가 볼 수 있게 관물대에 붙여놨다.

또 고참병들이 A씨가 보는 앞에서 그의 바로 위 선임병에게 “후임병 관리를 제대로 하라”며 욕설을 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른바 ‘내리갈굼’행위 등 갖은 괴롭힘에 시달렸다.

A씨는 친구들과 통화에서 선임병들이 관물대에 붙여놓은 제주도 관련 자기소개서 등에 대해 수치심이 든다고 호소하다 결국 자대배치 2주도 채 안 돼 목을 매 자살했다.

A씨가 숨진 뒤 그를 괴롭혔던 선임병 중 2명은 군검찰에 송치됐지만,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고 다른 2명은 영창 3일이나 휴가제한 5일의 징계를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는 군복무를 하는 병사가 복무기간 동안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해 충분히 보호하고 배려할 의무가 있다”며 “선임병들의 행위가 자살의 한 원인이 됐고, 부대 지휘관들이 괴롭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