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조례’ 제정의 진정성
탈세․불법환치기 등 차단 장치
전문가 포함 공론화 거쳐 마련
제주에 카지노가 많다고 해도 영세하다. 현재 도내 8개소 카지노의 연 매출액을 다 합쳐봐야 서울의 큰 카지노 업소 하나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체 매출액 중 전문모집인에게 돌아가는 수수료가 70~80%에 달하나 실질매출에서 제외되면서 당연히 내야할 관광진흥기금 납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가져가는’ 꼴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환치기 등 각종 불법 게임도 판을 치고 있다. 지난해에도 사법당국의 잦은 수사를 받으면서 도내 카지노업체들이 언론에 자주 오르내렸다.
이에 제주특별자치도는 기존 카지노들의 탈·불법을 방지하고 카지노 산업이 건전산업의 일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난 9월 카지노 산업 정비방침을 발표하고 카지노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 제도정비 방안을 마련해 왔다.
싱가포르는 물론 도내외의 많은 카지노업체도 방문하며 현장의 소리들을 들었다. 3개 TV방송 토론회와 각종 세미나에도 참가하는 등 나름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 그래서 나온 1차적 산물이 바로 ‘카지노 조례(안)’이다. 이 조례는 ‘제정’의 형식을 띠고 있기는 하나 대부분 기존 ‘관광진흥조례’ 중 카지노 관련 조항을 분법화 형식으로 가져오고 신설 조항은 감독위원회 설치 등 일부다.
그럼에도 이 조례안에 대해 일부 의혹의 시선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신규로 카지노 허가를 내주기 위한 명분 쌓기라는 것이다. 새로운 ‘카지노 조례’ 제정 없이 현행 ‘관광진흥조례’만으로도 얼마든지 신규허가를 해 줄 수 있다는데서 이런 의혹은 풀릴 것이다.
두 번째는, 상위법령의 개정 없이 하위 조례부터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옳은 지적이다. 하지만 현재 도내 카지노업의 탈·불법을 방지하기 위한 법령개정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게 되고, 그러다보면 현재 벌어지고 있는 탈·불법 사례들에 대해서는 수수방관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선 지금 법령의 범위 안에서 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으로 ‘카지노 조례’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세 번째 법령에 담아내야 할 사항을 가지고 왜 조례에 포함시키지 않느냐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다. 조례에 모든 것을 담아낼 수는 없다. 이를테면 ‘특별법’상 근거를 두고 있는 감사위원회와 같은 합의제 행정기관으로서 카지노 감독위원회를 설치하는 것과 카지노 총량제 도입문제 등이다. 이러한 과제는 조례를 제정하고 나서 카지노 산업 육성계획과 법령 개정안을 만들어 폭넓은 도민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풀어나가야 할 문제다.
네 번째는 카지노 면적을 1만5000㎡로 제한하는 사항이다. 현행 관광진흥조례상으로는 카지노 면적을 최저 330㎡로만 제한하고 있을 뿐 상한선이 없다. 따라서 이번 조례안에서는 현재 무제한으로 허가할 수 있는 카지노 면적 규모에 제한을 두는 것이다. 그럼에도 의혹의 시선들이 있다. “신화역사공원에 들어설 예정인 복합리조트 내에 신규 카지노 허가를 내주기 위해 면적을 그렇게 설정하고 있다”는 것 등이다. 하지만 현행조례에 의하더라도 규모에 상관없이 얼마든지 허가를 해줄 수 있다.
다섯 번째, 앞으로 대규모 신규카지노를 허가한다면, 싱가포르와 같은 사회적 병폐가 만만치 않으리라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내․외국인이 함께 이용하는 오픈 카지노로서 이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카지노가 들어있는 거대 복합리조트의 경제적 유용성 측면에서 볼 때 그리 심각한 정도는 아니다. 우리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두고 싱가포르의 오픈 카지노로 인한 사회적 병폐와 무작정 비교하는 데는 신중해야 할 것이다. 도가 제정하고자 하는 ‘카지노 조례’의 진정성을 믿어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