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 한파 녹인 ‘얼굴 없는 천사’ 온정

60대 익명 농업인 2억원 기탁…제주아너소사이어티 가입
“나눔, 여유있어서 아니라 더불어 사는 사회이기에 하는 것”

2015-01-04     윤승빈 기자

한 해의 마지막 날, ‘얼굴 없는 천사’가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하면서 도민 사회에 온정을 불어 넣었다.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달 31일 도내 거주하는 60대 익명의 농업인이 2억원을 기탁, 25번째 제주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했다고 4일 밝혔다.

아너소사이어티(Honor Society)는 공동모금회가 2007년 설립한 고액기부자들의 모임으로, 1회 1억원 이상 기부하거나 5년간 1억원 기부를 약정하면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이 익명의 농업인은 오래전부터 어려운 가정에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등 틈틈이 기부 활동을 펼쳐 오고 있다.

하지만 도움을 받은 사람들은 누가 손길을 내밀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가 하는 모든 기부는 익명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날 아너소사이어티 가입식 역시 ‘비공개’로 진행됐다.

 그는 가입식에서 “이렇게 남몰래 기부활동을 하는 것은 (내가)어려움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공동모금회에 따르면 가난한 생활 속에서 초등학교를 겨우 졸업한 그는 학업을 포기하고 농사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힘들게 농사를 지으면서도 한 끼 반찬, 학생들 참고서 1권 분량의 돈이 모이면 바로 기부했다. 비록 적은 액수지만 어려움에 처한 학생들이 배움의 한을 느끼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그는 “어려움에 처한 이들의 배고픔과 배움에 대한 목마름을 잘 알기에 작게나마 기부를 해왔다”며 “나눈다는 것은 여유가 있을 때 하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사회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원래 장학재단을 설립하려고 했지만, 재단 운영에 소요될 경비면 더 많은 이웃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해 공동모금회를 찾았다.

그는 이날 가입식에서 “기부금은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학업에 정진하고 있는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쓰였으면 한다”며 “이 학생들이 성장한 후 또 다른 어려운 사람들에게 자신의 받은 사랑을 되돌려 줬으면 한다”는 소망을 나타냈다고 공동모금회는 전했다.